■ 창간 33주년 특집
윤 정부 ‘4+1 개혁’ 중간점검 - <3-1> 교육개혁

고교교육 만족도 ‘최하위’인데
다른현안에 발목잡혀 지지부진
野는 AI 디지털교과서 등 반기

“유보통합, 현장소통 미흡” 지적
‘의대쏠림’은 전향적 대책 없어
지역-대학 동반혁신 시간 필요


늘봄학교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까지 교육개혁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지만 한계 상황에 처한 한국교육에 비전을 제시하는 구조적 개혁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의대 쏠림 등 왜곡된 대입 지형, 사상 최대치로 몸집을 불린 사교육, 등록금 규제에 발목 잡힌 대학 자율성 등 핵심 현안에 대한 근본적 해답을 내놓는 교육개혁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대학교육 만족도가 유·초·중학교육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고교교육 정상화, 대입체계 개편 등 보다 과감하고 구체적인 개혁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상황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절반이 채워져 가는데 교육개혁이 제대로 풀리지 못하는 데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개혁은 △국가책임 돌봄·교육 강화 △디지털 교육 강화 △지역 연계 대학 혁신 등을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교육부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초등학교 방과 후와 돌봄을 통합·확대한 늘봄학교 안착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은 2026년을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현장과의 소통이 미흡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야당뿐 아니라 시·도교육청에서도 내년 3월 전면도입에 난색을 보이면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혁신은 글로컬 대학, 교육 특구,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 등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지만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킬러 문항 배제부터 올해 의대 증원, 역사교과서 논란 등 예상치 못한 이슈까지 연이어 돌출해 교육개혁 과제들의 존재감이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대만을 거듭하는 정치권도 교육개혁 추진에 발목을 잡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사교육 카르텔 근절, 의대 증원 준비 등 대통령 주문을 수행하는 데 당초 개혁과제 추진에 쓰여야 할 에너지를 소진했고, 야당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공론화됐던 AI 디지털 교과서 등에 대해서도 정부·여당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채 갈등만 증폭했다”고 지적했다.

교육개혁의 개별 과제가 현장에서 정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근본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이 입시체계와 고교교육, 대학교육에서의 개혁을 특히 요구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교육개혁은 이러한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해 지난 4월 발표한 ‘대국민 교육현안 인식조사’에 따르면 교육 전반에 대한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물은 결과, 고교와 대학교육 만족도는 각각 2.71점, 2.72점으로 유아(3.23점), 초등학교(3.3점), 중학교(3.02점)에 비해 낮았다. 특히 가장 많은 응답자(46.3%)가 ‘변화가 가장 시급한 분야’로 고교교육을 꼽았다. 산업화시대 만들어진 효율성 위주 줄세우기식 공교육의 폐해가 대입을 목전에 둔 고교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1년 만에 최대규모(18만1893명)를 기록한 올해 수능 응시 N수생 비율, 최상위권 대학조차 이공계 학생 줄이탈을 부르는 의대 광풍, 지난해 역대 최고(27조1000억 원)를 기록한 사교육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의대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전반의 교육·육성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전향적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교교육과 맞닿은 대입체계 개편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가교육위원회가 10년 중장기 계획 틀 안에서 이를 논의하고 있지만 설익은 내용이 흘러나오면서 국민의 피로감만 높아질 뿐 교육시스템 전환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등교육과 관련해서도 교육부가 대학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지만 재정, 선발 규제와 관련한 근본적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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