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3주년 특집
윤 정부 ‘4+1 개혁’ 중간점검 - <3-2> 저출생 대책

“최소한 전세 살아야 결혼” 59%
주거·일자리·교육 다층적 문제
부모급여 지급 아동연령 확대를


18년간 3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2022년 이후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0.7명대에 머무는 등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역대 정부의 저출생 대책은 낙제 수준을 면치 못했다. 지난 7∼8월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가 2개월 연속 2만 명을 넘는 등 일부 반등 조짐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출산·양육을 위한 전체 사회 구조 변화와 전체 청년세대보다 출산 선택 의사가 높은 청년들을 겨냥한 맞춤형 저출생 대책 시행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주관한 ‘청년의 결혼·출산 인식과 세대지향적 저출생 정책 지원망 구축 연구’에 따르면 국내 청년(만 19∼34세) 453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청년세대는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위해 필요한 최소 주거조건으로 주거형태는 아파트(65.3%), 주거규모는 66.1∼99.2㎡(20평대·57.8%), 통근시간은 30분∼1시간 미만(57.9%)을 꼽았다. 무엇보다 응답자 84.3%가 출산을 결정하는 데 개인소득 규모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결혼을 위해 소득 규모가 중요하다(82.9%)는 응답과 유사한 수준이다. 청년들은 부부 합산 기준 자녀 1명을 낳아 기르기 위해 중위값으로 600만 원가량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과반 응답자가 월 소득 중 자녀를 기르는 데 들어가는 비중이 30% 이상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청년세대의 결혼·출산에서 응답자 78.8%가 주거지 마련이 결혼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답했다. 결혼생활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 점유형태는 ‘전세’라는 응답이 59.2%로 과반을 차지했으며 필요한 전세 보증금 규모의 중위값은 1억 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세대들이 최소 66.1㎡ 이상 전세 혹은 자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월 평균 600만 원 소득을 올리는 등 중산층 평균을 웃도는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자녀 출산·양육을 택하지 못하는 셈이다.

역대 정부에서 1∼4차 저출생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했으나 정책 성과가 명확하지 않아 보다 목표를 구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모든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삼아 저출생 정책 효과를 약화시키기보다 결혼 출산이나 비혼·동거 출산 등을 선택할 의사가 높은 청년세대에 좀 더 집중하는 등 정책 지원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저출생 문제는 교육과 일자리, 주거, 환경 요인 등이 복잡하게 얽힌 다층적 문제라는 사회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서 초혼연령은 2000년 남성 29.28세, 여성 26.49세였으나 2022년 남성 33.72세, 여성 31.26세로 늦춰졌다. 특히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 초혼 연령은 2016년을 기점으로 30세를 넘어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2004년 1.16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많은 부모들은 영아기보다 유아기에 양육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고 초·중학교 시기에 사교육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에 따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영아 지원책인 부모급여 지급 연령을 확대하거나 보편수당으로서의 아동수당 지급액·지급연령 확대, 시간제·기간제 등 비정규 근로자들에 대한 실질적 육아지원 확대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보육교직원 인건비·운영비 지원으로 보육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출산율 독려 정책 중 가족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질 높은 유아교육·보육 정책이 출산율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출산 및 육아장려 정책으로 재정 인센티브·육아휴가·아동 보육 등 세 가지를 지원해 출산율을 높였다. 특히 신생아에 대한 현금 지원인 ‘베이비 보너스’가 출산율을 2%나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피임뿐 아니라 출산을 위한 지식과 조기 출산 시에 필요한 내용과 지식 등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의 출산 및 육아 장려 정책은 신생아 양육가족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인 ‘베스트 스타트’ 등이 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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