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3주년 특집
미·일 권력재편기 ‘3국 공조’ 어디로 - (3) ‘이시바 시대’ 韓日관계 전망

기시다 외교정책 승계 밝혔지만
내정 대응하느라 중요도 후순위

노다 등 우익인사 정권교체 노려
韓日관계 악화 땐 동북아 불안정

셔틀외교 정례화·국민교류 늘려
개선된 양국 관계 느끼도록 해야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일본 수장에 지한파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오르면서 한·일 관계가 한층 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의 중의원 조기 선거 승부가 자민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이시바 총리의 운명은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이시바 총리를 흔드는 자민당 인사들이나 정권 교체를 노리는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 등이 대표적인 반한(反韓)파여서 자칫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가 개선시킨 한·일 관계를 다시 흔들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중·러가 밀착하는 신냉전 상황에서 한·일 관계 악화는 동북아 안정을 불안정으로 보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이에 이시바 총리 재임 시에 한국 정부가 정상 간 셔틀 외교 정례화, 양국 국민 교류 확대 등으로 한·일 관계를 안정적 상황으로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그래픽 = 전승훈 기자


◇지한파 이시바 총리의 위기에 먹구름 드리우는 한·일 관계 = 보수색이 짙은 자민당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한·일 관계에 소신을 지켜온 이시바 총리는 대표적인 지한파다. 그는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고, 지난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고 밝혔다. 취임 후에도 이시바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을 추구했던 기시다 전 총리의 외교·경제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비롯해 반도체 수출규제 해제, 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경제 안보 대화 출범 등 성과를 도출해냈다.

이시바 총리도 취임 후 윤 대통령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정상회담을 통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자고 했다”며 셔틀외교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처럼 과거사 문제 등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한·일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여온 이시바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한·일 관계도 구심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시바 위협하는 반한파들…“양국 국민, 관계 개선 체감 느끼게 해야”= 중의원 선거 참패로 가뜩이나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는 외교에 힘을 쏟기보다는 연립 정권 확대나 민생 경기 회복 등 국내 사안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이시바 총리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으나 최종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밀렸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이시바 총리를 흔들 인물로 꼽고 있다. ‘우익기수’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전 담당상은 한·일 관계 악화를 가져온 구 ‘아베 신조’(安倍晋三)파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이끄는 ‘아소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11일 총리 선출을 위한 특별 국회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 투표에 갈 것이 유력한 노다 입헌민주당 대표는 대표적인 반한파다. 민주당 정권의 마지막 총리였던 노다 대표는 총리 재임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해 한·일 관계를 경색시켰다.

일본 언론들은 현재 불안한 동북아 안보 상황에서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양국 국민이 한·일 관계 개선의 결실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은 “이시바 내각이 출범하며 한국은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아베 전 총리가 전후 70년 담화에서 밝힌 ‘다음 세대에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등 역대 내각의 기조가 기시다 전 정권에도 계승된 만큼 한·일 양국이 정중한 외교를 하지 않으면 또다시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닛케이는 “양국 국민이 한·일관계 개선을 체감할 수 있는 ‘결실’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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