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퉁소소리’ 11일 개막
이호재·박영민 배우 열연


의병 합류를 제안받은 노인이 “젊은 네가 가라”며 옆에 있던 청년을 떠민다. 노인과 청년은 ‘최척’이라는 이름의 동일인. 배우 이호재(사진 왼쪽)가 연기하는 ‘늙은 최척’이 박영민(오른쪽)의 ‘젊은 최척’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다.

연극 ‘퉁소소리’는 임진왜란·정유재란 등 전쟁통에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으려 하는 최척과 그 부인 ‘옥영’의 이야기를 다룬다. 1621년 고소설 ‘최척전(傳)’을 원작으로, 그 무대화를 15년간 준비한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연출했다. 늙은 최척이 젊은 최척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는 극중극 형태다. 다만 늙은 최척은 전달자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극 안으로 들어가 젊은 최척과 대화도 나눈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 최척을 맡은 이호재·박영민의 연기 호흡이 이 작품의 관건이다.

“내레이터가 따로 있다면 보통은 해설만 하는데, 이번에는 해설도 하고 극 안에도 들어가니까 더 힘들죠.” 무대 경력이 60년째에 접어든 이호재에게도 ‘늙은 최척’은 낯선 설정의 인물이다. 그는 “무대를 보면 관객이 반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레이터로서 자기소개를 한 다음 시작하는 연극이지만, 나는 그 안팎을 넘나든다”라고 했다. 박영민은 이호재보다 48세 어린 까마득한 후배다. 박영민은 “(늙은 최척을) 미래의 나 자신이라고 의식하지 않는다”며 “그저 한 어르신일 뿐”이라고 했다. 늙은 최척은 눈앞의 자신을 알아보는 반면, 젊은 최척은 미래의 자신을 알아볼 수 없다.

이호재는 어린 시절 6·25전쟁을 겪었고, 베트남전쟁 현장에도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은 400년 전 이야기이지만,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원로배우는 역사와, 무대 너머 세계를 염두에 두고 연기에 임하고 있다. 반면 전쟁 경험이 없는 젊은 배우 박영민은 “최척이 그 전쟁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그 질문에 집중하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가족을 되찾으려 한다”고 했다. 세대에 따라 의미가 다른 ‘전쟁’을 두 배우를 통해 곱씹을 수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는 11일부터 27일까지.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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