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속의 This week
모스크바의 유기견 ‘라이카’
소련 인공위성 실험에 이용
“안락사 시켰다” 발표는 거짓
발사 7시간만에 고통속 최후
“우주의 어둠을 소리 없이 가로지르는 인공위성. 작은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이는 요염한 검은 눈동자. 끝없는 우주적 고독 안에서 개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개는 옛 소련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인간보다 먼저 지구 궤도를 비행한 최초의 동물로 이름은 ‘라이카’였다.
미·소 냉전 시기에 우주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해 미국을 놀라게 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소련은 생명체를 실어 보내는 계획을 실현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유인 우주 탐사에 앞서 동물을 우주로 보내 생존 가능성을 실험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라이카는 1957년 11월 3일 두 번째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세 살 정도의 암캐 라이카는 원래 모스크바의 거리를 떠돌던 강아지였다. 과학자들은 떠돌이 개들이 극한 환경에 더 잘 적응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유기견들을 데려와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 6㎏의 작고 가벼운 몸집에 침착하고 온순한 라이카는 최종 후보로 선발됐다. 맥박, 호흡, 체온 등을 측정할 장비와 산소 공급 장치, 식량 등과 함께 캡슐 속에 들어가 우주로 올라갔다. 라이카의 맥박과 호흡은 급격하게 빨라졌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안착한 뒤에 안정을 찾아갔다. 스푸트니크 2호는 초속 8㎞로 103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았다.
하지만 라이카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다. 스푸트니크 2호는 1호의 성공에 이어 우주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볼셰비키 혁명 40주년에 맞춰 서둘러 제작됐으나 지구로 귀환시키는 기술이 없었다. 애초부터 라이카의 생환은 불가능했다.
소련 당국은 라이카가 일주일 동안 비행하다 예정대로 편안히 안락사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스푸트니크 2호에 참여했던 과학자 드미트리 말라센코프는 2002년 “라이카가 고온과 스트레스로 5∼7시간 정도만 살았을 것”이라 밝혔다. 온도 조절 장치가 고장 나 내부 온도가 40도까지 치솟으며 발사 몇 시간 만에 좁은 공간에 갇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이후 5개월 동안 지구를 돌던 스푸트니크 2호는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소멸됐다.
라이카의 비극적인 최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윤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라이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명하기도 했다. 라이카의 희생 이후 4년이 지난 1961년 4월,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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