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넷째 주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는 엔비디아의 시총 1위 등극이었다. 6월 이후 4개월 만에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된 것이다. 1위 자리를 탈환한 뒤 다시 2위로 내려갔지만,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1위 굳히기는 현실성이 높다고 본다. 그런데 만일 엔비디아가 한국에서 설립됐다면 이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현재 우리 경제는 고환율,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의 삼중고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미·중 갈등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을 겪고 있다. 당장 드러나는 수치는 매우 충격적이다. 2023년 GDP 성장률은 1.4%로, 1.9% 성장한 일본보다도 낮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법인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22년 16.9%에서 2023년 -2.0%로, 영업이익률은 2022년 5.3%에서 2023년 3.8%로 감소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악화했다. 급기야 지난해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1657건으로 2022년보다 65%나 늘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위기에서도 정치권의 인식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경제 현안 대응 및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반도체 산업과 인공지능(AI) 지원 등의 입법은 지체하고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입법에만 몰두한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노란봉투법 입법을 재추진 중이며,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을 강행했다. 최근에는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법안까지 발의하면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억압하려 한다.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는 1980년대 압축적 고도 성장기에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필요했던 정책인데,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시점에 국회가 이를 왜 또 들고나왔는지 모르겠다. 그간 정치권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3법 등 지배구조 규제를 되풀이해 왔다. 이는 과거 경제민주화 프레임에서 비롯된 법안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한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클 것으로 보여 유감스럽다.
구글은 창업자가 일반주식 10배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과 과감한 결단에 유리한 구조다. 기업 지배구조 규제는 전 세계에서 유사 사례가 없는 것으로, 어쩌면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을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시도일지 모른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의결권 3% 제한 규제는 세계적으로 전무(全無)하고 의무적 집중투표제는 러시아나 칠레 등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하며, 독재 역사가 있는 국가에서만 도입된 제도다. 미·일·독 등 해외 주요국은 첨단 기술 경쟁 속에서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데 왜 우리 국회만 경제민주화에 집착해 자국 기업을 괴롭히는 규제를 쏟아내는지 안타깝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견인해 온 첨단 산업 경쟁력도 경쟁국의 각종 지원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른다. 경쟁국에도 없는 규제를 신설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게 아니라, 한국에만 있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지배구조 규제 강화가 아닌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