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홍 ‘관토(觀土)’, 58×18×34㎝, 조합토, 2024.
한길홍 ‘관토(觀土)’, 58×18×34㎝, 조합토, 2024.


송나라 서긍은 ‘선화봉사 고려도경(1123)’에서 고려에 대해 상당 부분 왜곡하면서도, 청자만큼은 극찬했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송나라 관료지만, 한민족의 재능과 솜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고려를 폄하한 내용들도 어쩌면 먼 훗날 세계를 주름잡을 자질을 이미 눈치챘기 때문이지 않을까.

고려, 조선의 역사 속에서 원조 한류는 단연 도자였다. 이런 점에서 도예가 한길홍은 그 자부심으로 가득하며, 그 내면에는 억제할 수 없는 열망과 포부로 가득하다. 특히, 도자가 구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심미의 세계는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 많다. 장르나 용도를 초월해서 무한의 도전을 꿈꾸고 있다.

흙맛과 불맛, 손맛을 절묘하게 구현한 관토(觀土). 절제되고 정적인 구조 구석구석엔 열정적으로 움직였던 손의 잔상들이 남아 있다. 분출을 억제한 마그마가 어디엔가 도사리고 있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묵언 수행 중인 듯한 구조에서도 진지한 서사의 욕망을 감출 수 없다. 결코 멈추지 않을 흙의 노래.

이재언 미술평론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