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로 액션 영화 1인자 류승완 감독, ‘청설’로 20대 청춘 로맨스 붐을 꿈꾸는 배우 홍경은 모두 이 영화제에서 인정받고 본격적인 영화 인생을 시작했다. ‘똥파리’의 양익준, ‘벌새’의 김보라, 그리고 지난해 ‘괴인’의 이정홍, 올해 ‘장손’의 오정민 감독도 이 영화제를 거쳤다. 바로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다.
내년도 예산안 전액 삭감으로 위기를 맞은 서독제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압구정 CGV 등 7개관에서 열린다. 내년부터 정부의 지원 없이 영화제를 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당장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관객을 맞는다.
올해 출품작은 지난해보다 330편 늘어난 1704편(단편 1505편, 장면 199편)이다. 김동현 서독제 집행위원장은 5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영화 산업 위축으로 상업영화를 만들던 영화인들도 독립영화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극장의 다양성이 축소돼 새로운 영화적 체험과 다양성을 추구하며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분석했다.
서독제는 초기 필름 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해 상영하는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을 올해 가장 주목할 프로그램으로 짚었다. 유현목 감독이 35mm 필름으로 만든 단편 ‘손’(1966)과 하길종 감독이 미국 UCLA 유학 시절 만든 단편 ‘병사의 제전’(1969)이 상영된다. 김의석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1기로 입학해 연출한 ‘창수의 취업시대’(1984) 역시 사운드를 새롭게 재작업해 최초 공개된다.
권해효·조윤희의 제안으로 2018년 시작됐던 ‘배우 프로젝트’도 올해 최다 인원인 4856명이 지원했다. 영화 ‘댓글부대’ ‘청설’의 홍경, ‘살인자ㅇ난감’의 노재원, SNL코리아로 얼굴을 알린 뒤 최근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 없다’에 합류한 윤가이 등이 이 프로젝트에서 수상했다.

올해 서독제 해외초청작으론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등 세계에서 주목받은 아시아 영화 8편이 엄선됐다. 중국 감독 지아장커의 신작 ‘풍류일대’와 역시 중국 출신인 왕빙 감독의 다큐멘터리 ‘청춘’(하드타임즈), ‘청춘’(홈커밍) 등은 부산영화제에 이어 관객과 만난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2004년 서독제가 마련했던 지아장커 특별전을 되새기면서 2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 심사위원장이었던 이란 감독 모함마드 라술로프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도 포함됐다.
일본의 야마나카 요코 감독의 ‘나미비아의 사막’과 소라 네오 감독의 ‘해피엔드’ 역시 화제작이다. 베트남 출신 두옹 디에 린 감독의 데뷔작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도 기대를 모은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작품상과 혁신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개막작은 다큐멘터리 영화 ‘백현진쑈 문명의 끝’이다. 가수·배우 등 종합예술인 백현진이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 23’에서 선보였던 실험적 무대를 바탕으로 박경근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 김고은·한예리, 가수 장기하 등이 출연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도 예산 삭감과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재정적 지원이 있었기에 서독제가 지금에 이르고, 새로운 영화와 영화인을 발굴할 수 있었다"며 "한국 영화를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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