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지난 정부가 무작정 중단·백지화했던 신한울 원전 1·2호기의 종합 준공식과 3·4호기의 착공식이 지난달 30일 거행됐다. 5년 동안 곳곳에 박아 놨던 탈원전의 대못을 뽑기 위한 준비 작업에만 2년5개월이나 걸린 것이다. 1호기는 착공에서 완공까지 14년이 걸렸고, 3·4호기의 부활(復活)에도 7년의 세월을 낭비했다. 그동안 우리는 엄청난 경제·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제 인공지능(AI)의 등장과 전 지구적 탄소중립 노력 때문에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원전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극심한 간헐성을 걱정해야 하는 신재생만으로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재생을 고집하던 구글도 이제는 원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고, 재앙적인 원전 사고를 경험한 일본조차도 13년 만에 후쿠시마 인근의 오나가와(女川) 원전 2호기를 재가동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1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고, 92기의 건설이 확정됐다. 건설 예정인 원전이 300기가 넘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끈질긴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K-원전 기술을 확보한 ‘원전 강국’으로 우뚝 선 우리가 1000조 원의 글로벌 원전시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 탈원전 폐지와 국내 원전 생태계의 정상화가 코로나19와 치열한 패권 경쟁으로 어려워진 국가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출구라는 뜻이다. 단순히 위험하다고 포기하는 비겁한 선택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오히려 위험의 예방과 극복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를 손질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탈원전을 서둘러 폐지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는 또 있다. 전력 공급망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의 경영 부실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누적 적자가 41조 원이나 되고, 부채가 203조 원을 넘어섰다. 이자 부담만 하루 120억 원이나 된다. 한전의 극심한 부실은 지난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였던 5년 동안 전기요금을 무리하게 억누른 결과다.

정부가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해 7차례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72.3%나 올렸다. 산업계에는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서민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가정용 전기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그런데도 내년에 또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송전망의 정상적 유지·보수가 어려워지면서 대규모 정전 사고가 위험할 정도로 늘어난다. 자칫 전력 공급 인프라가 통째로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새로 완공한 발전소의 계통접속을 위한 송전망 추가 건설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 결과 원전·석탄발전소처럼 출력 조절이 어려운 기저전원의 가동 시간을 줄이는 일까지 벌어진다. 실제로 탈원전은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었다. 설계수명을 핑계로 100년을 쓸 수 있는 원전을 20년 만에 해체하는 일도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망치는 범죄 행위다.

이제 아무도 섣불리 흔들 수 없는 ‘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고, ‘원전산업지원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전 정부 때 탈원전으로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던 거대 야당도 당연히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애써 확보한 K-원전 기술을 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당위는 아무도 거부할 수 없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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