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외식 시장에서 논알코올 맥주의 부상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논알코올 맥주는 와인이나 소주와 달리, 고유의 풍미와 탄산감은 유지하면서도 알코올을 제거할 수 있어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려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필자는 논알코올 맥주를 30년 전 미국 유학 시절 처음 접했다. 교회 야유회에 목사님이 캔맥주를 가져왔는데 맛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목사님은 웃으며 논알코올 맥주라고 했다. 맥주 맛과 향이 나는 술 아닌 술 같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알코올 맥주의 소비가 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맥주 시장의 10%,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는 7%를 논알코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시장은 아직 1%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대중화 초기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 또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논알코올 맥주는 제조방식에 따라 무알코올과 비알코올로 구분된다. 무알코올은 탄산음료에 맥주 향을 입혀 알코올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비알코올은 맥주를 제조한 후에 알코올을 제거해 알코올이 0.01∼0.05%가량 남아 있다.
필자는 종종 “논알코올 맥주도 미량의 알코올이 들어 있다고 하는데, 논알코올도 많이 마시면 취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에도 미량이지만 일정 정도의 알코올이 포함돼 있다. 밀과 호밀로 만든 빵에는 0.3%, 바나나·배와 같은 과일에는 0.04%가량 함유돼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발효 식품인 김치와 간장·된장·고추장에도 미량의 알코올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논알코올 맥주는 빵과 김치보다 알코올 함유량이 많지 않아 신체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논알코올 맥주 알코올 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과학적 근거에 비춰 볼 때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취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한다. 알코올 섭취를 제한해야 하거나 술을 마시지 못하는 이들에게 논알코올 맥주가 건강한 음주 문화를 선도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