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갈은 저성장에 빠진 유럽에서 단연 돋보인다. 2021년 이후 고(高)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도 2021년 5.7%, 2022년 6.8%에 이어 2023년에도 2.3% 성장했다. EU가 2022년 3.5%, 2023년 0.4% 성장했던 것과 대조된다. 올 상반기는 EU 주요국의 부진 등으로 성장률이 1.5%로, 지난해 하반기(2.0%)보다는 둔화했지만, 그래도 유로존(0.4%)을 웃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뒤를 이어 2010년 유럽 재정위기를 촉발했던 남유럽 4개국(PIGS)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주요 외신들은 경제 열등국이 경제 우등국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며 호평 일색이다.
포르투갈은 세계적인 관광국이다. 그렇지만, 관광 덕에 부활한 게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강도 높은 재정 긴축과 구조조정의 성과였다. 포퓰리즘에 찌들어 파탄 났던 정부 재정을 과감한 지출 축소로 건전화하고, 탄력적인 고용과 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했다. 이런 고통을 통해 성장률은 높아졌고, 일자리는 확대됐다. 재정위기 직후 18.3%나 됐던 실업률은 올해 6.5% 안팎으로 떨어졌고, 내년에도 이 수준으로 예상된다. 같은 PIGS였던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보다도 좋다.
그 결과 경제는 선순환한다. 투자하기 좋은 나라가 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세다. 2022∼2023년은 매년 90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가 이어졌다. 관광산업 이외에 재생에너지·친환경산업·스타트업에 외국인 투자가 이어진다. 싼 물가, 우수한 디지털 기반시설, 높은 교육 수준이 돈과 인재를 끌어모은다. 이에 힘입어 수년째 스타트업 붐이다. 해외로 빠져나갔던 인력도 유턴하고 있다. 2022년 한 해에만 11만7843명이 돌아왔다고 한다.
EU는 저성장이 고착돼 간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1%대다. 독일과 프랑스는 아예 0%대다. 지난달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는 유럽이 탄소 감축 등 지나친 환경주의에 갇혀 몰락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던 정도다. 포르투갈의 극적인 부활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교훈을 상기시킨다. 아무리 내로라하는 관광대국이라도 가만 앉아 조상 덕에 먹고사는 관광에 의존해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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