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돈이 가장 먼저 권력 냄새를 맡는다. 6일 미국 대선 투표함이 열리자마자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뚫었다. 점심 무렵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까지 역전시키자 단숨에 사상 최고치인 1억351만 원을 찍었다.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하며 국가 전략자산으로 삼겠다는 공약 덕분이다. 열광적 지지자이자 돈줄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도 14.75% 폭등했다.
그림자가 드리운 분야는 전기차와 2차전지.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내연기관차 중심의 ‘드라이브 아메리칸 법’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7% 넘게 떨어지고,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각각 8.63%, 7.61% 급락했다. 엔화 약세 가능성에 반색해 일본 닛케이지수는 2.61%나 올랐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꿋꿋하게 오름세를 유지하다 장 막판에 0.12% 하락으로 마감했다. 트럼프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브로맨스’에 대한 기대감보다 당장 ‘대중 60% 관세’ 폭탄이 겁나는 것이다.
최악의 유탄은 전문가들이 맞았다. 미국 역사학자들과 정치학회 회원들은 매년 미 역대 대통령 평가를 한다. 부동의 1위는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남북전쟁에서 이기고 노예를 해방했다. 트럼프는 임기 마지막 해에 44명 중 41위를 했다. 도덕성은 바닥이었지만 대중 설득력 점수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하지만 지난해 결국 꼴찌로 떨어졌다. 학자들은 “미국을 내전으로 몰아넣거나 탄핵당할 뻔했던 19세기 중반의 대통령들보다 더 나빴다”고 비판했다. 그런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고 부활한 것이다. 하버드대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현대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절망했다.
이제 트럼프의 귀환은 현실이 됐다. 제2기에 더 노골화될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적으로 높은 관세와 보호무역이 핵심이다. 외교적으로 개입의 축소와 비용 떠넘기기를 의미한다. 더 이상 자유무역주의나 전통적 동맹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수출 위축으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유럽과 더불어 자주 국방을 위해 값비싼 외교·안보 비용도 각오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미국발(發) 초겨울 냉기가 몰아닥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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