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기 위해 서로 손을 내밀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기 위해 서로 손을 내밀고 있다. AP 연합뉴스


■ 트럼프-김정은 직거래 하나

트럼프 “김정은과 잘 지냈다”
美 본토 겨냥 핵무기 감축 등
위협 관리 목표 ‘스몰딜’ 관측

한·미·일 공동 대응 동력 약화
北 7차 핵실험으로 시선 끌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브로맨스’를 과시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한·미·일 연대를 기반으로 한 북핵 공동 대응 기조가 미국 주도의 ‘톱다운’ 협상 방식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처럼 김 위원장과 북미 직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미 대선과정에서도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북핵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여러 번 시사했다. 그는 지난 7월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 “언론은 싫어했지만 많은 핵무기를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다. 김정은도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사업가적 성격을 고려할 때 북한이 강렬히 거부하는 비핵화보다는 핵 보유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다. 과거 집권 당시보다 북핵 능력이 고도화됐고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맺는 등 상황이 변화한 만큼, 핵 위협을 관리하는 데 목표를 둔 ‘스몰 딜’이 성과를 내기에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이 본토를 겨냥한 핵무기에 대해 북측에 제한적으로 폐기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지난 9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2006년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고 발언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 비핵화 원칙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협상에 있어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미국이 직거래하면서 한국에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으로 선회할 경우 그동안 북핵 억지력을 위해 구축해온 확장억제 강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미·일 연대가 그간 추진했던 북핵 공동 대응 정책도 앞으로 미국 주도로 선회하며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조만간 7차 핵실험에 나서는 등 미국과의 협상 우위를 갖기 위한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장 해결할 문제로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꼽고 있는 만큼, 한반도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무력 도발도 단행될 수 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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