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韓경제 ‘불확실성’ 비상
관세폭탄·전동화 지원 축소 등
정책 현실화땐 수출 최대 62兆↓
반도체, 반사이익-타격 엇갈려
조선업은 韓·美 협업 기대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0 시대가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수출 한국호를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등 대한민국 산업계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의존도를 높이며 한국 수출을 견인해 온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경선 과정에서 내세웠던 관세 폭탄·전동화 전환 지원 축소 방침 등이 가시화하면 결국 ‘막대한 비용 청구서’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반도체 역시 약속했던 현지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다만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조선업 분야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나서 한·미 간 협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7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對)미국 무역수지는 398억8483만 달러(약 55조9000억 원)로, 이 중 승용차 품목(177억4436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4.5%다. 같은 기간 한국의 국가별 자동차 수출 대수에서도 미국은 107만5678대로 전체(206만2739대)의 52.15%를 책임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경우 한국의 연간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8000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자동차를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관세 부과 등을 예고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현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전동화·친환경 정책에도 제동을 걸 방침임을 시사해 왔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를 함께 생산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남훈 KAMA 회장은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국 공장 활용 전략을 새로 짜는 등 트럼프발(發)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이미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2차전지업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로 미국에서 받는 보조금까지 줄면 생존을 위한 경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이미 미국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향후 공장 가동 시간을 늦추거나 기존 투자를 조정하는 등 속도 조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의 주축이자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상징인 반도체업계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집권 시 대중국 견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첨단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샤오미 등 수요 산업까지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무력화하면 국내 기업에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텍사스주)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는 각각 64억 달러(약 8조9800억 원)와 4억5000만 달러(약 6300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다.
조선업에서는 한·미 간 신규 비즈니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직접 한국 조선업의 협력을 요청한 만큼 이미 물꼬를 튼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을 시작으로 양국 조선 동맹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근홍·최지영·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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