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승리’ 이끈 요인들
투표자 67% “경제상황 나쁘다”
美제조업 부흥 공약, 표심 잡아
불법이민 쟁점화 한 것도 효과
2개의 전쟁 피로감 확산 영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물가 등 경제난과 이민자 문제,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가자) 장기화에 대한 불만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성의 생식권 문제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결국 당락을 가른 것이다. 선거 막판에 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동부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헐린’도 결과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도와준 꼴이 됐다.
6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이번 승부를 가른 가장 큰 요인으로 경제를 꼽았다. AP통신의 AP보트캐스트(VoteCast)가 미국 내 유권자 11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선거 당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고물가와 일자리를 포함한 경제(39%) 문제는 지지 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의 출구조사에서도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응답한 투표자는 67%에 달했다. 지난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대비 2.8%에 달하는 등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9월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2.1%로 완만해졌지만 실제 미국인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과열됐다고 평가됐던 일자리도 지난 1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1만2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팬데믹 여파로 고용이 대폭 감소했던 2020년 12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고용 증가 폭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감세와 고관세에 따른 미국 제조업 부흥 공약에 유권자들이 대거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이외에 이민자 문제도 당락을 가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민자(20%) 문제는 AP보트캐스트에서 경제에 이어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른 핵심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폭증하는 남부 국경 불법 이민자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이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뺏고 범죄 등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란 미국인들의 우려를 자극한 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반이민 정책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하며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백인은 물론, 흑인과 히스패닉 표까지 몰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치르는 두 개의 전쟁도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의 장기화로 보수층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도 피로감이 확산돼 표심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치중한 외교정책을 펴면서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인 젊은 층과 유색인종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원에 막대한 자금이 쓰이는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승리 시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약속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개 경합주 유권자 2100명을 상대로 ‘어떤 후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잘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결과 응답자의 50%가 트럼프 당선인을 선택하기도 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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