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거래 본능’을 새삼 드러냈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이른 시일 내 회동”과 “좋은 협력 관계 지속”에 합의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뜸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 있어서도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후속 대화를 희망했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1월∼2021년 1월의 첫 집권기에 보여준 대로, 그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거래를 통해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고 했던 것처럼, 내년 1월 취임하면 한·미 관계는 물론 다른 동맹관계에 대해서도 거래 방식으로 접근할 것임을 거듭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미 공화당은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역시 보수 법관이 많아 행정·입법·사법부 모두에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을 넘어서는 정치적 자산을 갖게 된다. 미국 우선주의 강화로 글로벌 불확실성은 훨씬 커질 것이다. 한미동맹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기에 “한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고, 이번 유세 때는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고 했다. 한국으로부터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동맹도 거래’ 발상을 한국 안보를 강화하는 쪽으로 역이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북 하노이 회담 때 김정은에게 북핵의 완전한 공개·폐기를 내걸었다가 ‘노 딜’로 파탄난 적이 있다. 이를 되살려 완전한 북핵 폐기를 다시 내걸도록 하거나, 북핵 동결로 선회한다면 한국의 자체 핵 개발을 요구할 수 있다. 최근에 타결된 방위비 분담금 8.3% 인상 합의도 뒤집을지 모른다. 인상을 압박할 경우, 일정 부분 수용하되 다른 분야에서 더 받아낼 수 있는 등의 새로운 접근법을 구사해야 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