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8대책에서 제시된 서울 및 인근 신규 택지 8만 호 중 올해 예정됐던 5만 호를 담을 4개의 그린벨트 내 택지개발지구가 최근 발표됐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지구는 2만 호를 담아낼 서울 서리풀지구다. 이 지구에 대한 관심은 강남지역 근접성 때문이고, 강남지역 근접성 가치의 근원은 서울대도시권 최고차 고용 중심지로서 가장 많은 출근 통행의 목적지라는 데 있다.
수도권 내 낭비적인 통근의 문제는 2010년 이후 더 심해졌다. 그린벨트를 뛰어넘어 서울대도시권 외곽으로 퍼져 나간 택지개발지구에 고밀 아파트를 담은 결과다. 조사 자료마다 차이는 있으나, 해외 대도시들의 1시간 남짓한 총출퇴근 시간에 비해 수도권은 2시간에 육박한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분석한 통근시간 1시간의 경제적 비용이 연 1200만 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이런 낭비적 통근의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서울 내 고용 중심에 인접한 그린벨트 내 택지개발은, 늦었지만 그런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그린벨트 택지개발로, 서울로 출근하는 5만 가구를 담아낸다고 가정하자. 그들 가장의 출근 시간이 20분, 출퇴근이 총 40분 줄어들었다면 총통근비용의 감소분은 연간 4000억 원[=1200만 원×(40분/60분)×5만 명]이나 된다. 맞벌이 부부를 고려하면 더 늘어난다.
이번 택지개발지구의 선정과 함께 발표된 일정을 보면 2029년 분양, 2031년 입주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발 빠르게 진행된 강남 내곡·세곡 보금자리지구의 경험을 상기하면 속도가 아쉽다. 토지보상 과정의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연속된 성장을 택지개발로 담았다면 토지보상 과정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용한 토지를 남겨두고 외곽으로 뛰어넘은 개발이 먼저 이뤄지고 뒤늦게 진행되는 그린벨트 내 해당 토지의 개발은 누적된 개발 압력으로 토지보상과 관련된 갈등의 강도가 심해졌다. 하지만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추구한다면 제시된 일정을 좀 더 당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왕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통 큰 선택을 했다면 좀 더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지정된 택지지구들의 사업지 경계를 보면 생선의 가시를 발라낸 듯한 형상이다. 이는 환경평가 1, 2 등급지를 제외한 영향 때문일 것이다. 100만 평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는데, 결과적으로 정형화된 토지 80만 평보다도 활용도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모자라는 20만 평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녹지만의 관점이 아닌 도시적 토지 이용의 관점도 융화된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토지의 형상이 좀 더 정형화될 수 있도록 대체녹지 조성을 전제로 생태 1, 2 등급지의 합리적인 수준의 활용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서울 그린벨트 내 택지개발과 관련된 논란 과정에서 서울 내 또는 인근 그린벨트 내 가용지가 생각보다는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구축소기를 지나 도시축소기로 넘어가는 골든타임에 그린벨트 활용의 문을 급히 닫아거는 일만이 능사는 아니다. 좀 더 적극적인 활용을 고민하는 것이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와 함께 낭비적인 통근으로 누수되는 서울대도시권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효한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