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7일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내림으로써 지난 9월(0.5%포인트)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번엔 금리 인하보다 대선 이후 연준이 신중한 쪽으로 선회한 게 더 눈에 띈다. 그동안의 “2% 인플레이션을 향한 더 큰 자신감”이란 표현은 사라지고 “목표는 진전됐으나 전망은 불확실하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미 공화당이 대통령·상원·하원을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로 인해 세금·지출·이민·무역정책 등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새 정책 노선이 3가지 경로로 금리 인하를 가로막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우선, 관세 폭탄이 수입 물가를 올려 인플레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감세도 재정 적자 확대→적자 국채 남발→시중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민자 감소 역시 임금과 물가를 상승시켜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7일 경제관계 및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기조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통상 환경 악화를 우려했다. 8일에는 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24시간 합동점검체계’를 금융·환율 시장까지 확대 가동하기로 했다.

이런 경제 환경 급변에 맞서 각별한 긴장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트럼프노믹스가 한국의 재정·금융정책까지 제약할 가능성이다. 이미 한은은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불안에다 환율 리스크까지 가중돼 추가 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도 세수 부족으로 감세나 적극적인 재정을 펴기 힘들다. 그렇다고 내수 위축에다 수출마저 험로에 부닥쳐 한국 경제 전체가 추락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다. 집중적인 연구·개발(R&D)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등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불황에 거상(巨商) 난다’는 말처럼 한국 경제는 위기를 먹고 자랐다. 이번에도 트럼프노믹스라는 도전을 질적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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