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합니다 - 이상종(34)·이지연(여·30) 예비부부

여행사에서 근무하던 저(지연)는 코로나19로 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으면서 반도체 협력 업체로 이직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한 남자 직원이 제게 끊임없이 호감을 표시해 연인이 됐는데요. 그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사실 저는 처음에는 예비남편의 구애를 피해 다녔어요. 사내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던 데다 아직 예비남편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몰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예비남편의 호감 표시에 저도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둘이 카페에서 만난 날, 예비남편은 공책 한 권을 가져와서 제 앞에서 목록을 하나 만들었어요. 본인이 좋은 남자인 이유는 1번부터 25번까지, 서로의 공통점은 1번부터 33번까지 써 내려 가더라고요. 이렇게 자기 확신이 있는 남자도 흔하지 않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비남편이 제게 구애한 지 한 달 되던 날, 처음으로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본인도 지치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달라면서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했어요. 그다음 날이 우리의 1일이 됐네요.

저희는 술 마시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첫 데이트 날에도 헬스를 마치고 낮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둘이 소주 6병을 마시고도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같은 회사에서 일하며 본 예비남편은 성실하고 책임감도 강했어요. 또, 한 번도 저를 불안하게 만들 일을 하지 않았죠. 처음부터 리스크가 컸던 사내 연애를 시작했던데다 혼기가 찬 만큼 결혼을 전제로 만나긴 했지만, 예비남편의 듬직한 모습에 결혼에 대한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저희는 오는 12월 결혼식을 올리고 정식 부부가 될 예정입니다. 결혼 준비 때문에 워낙 정신없지만, 함께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일상이 행복합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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