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로 조선업이 조명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을 언급하며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트럼프는 협력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업 르네상스를 맞이할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무역 갈등과 양안 문제로 미중 관계는 더 악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고 대중국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미 해군의 군사력 강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현재 중국보다 더 많은 항공모함을 갖고 있지만, 전투함은 중국보다 적다. MRO 시장이 20조 원 규모라는 점에서 전투함 건조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선박 건조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존스법 등 한미 간 협력의 걸림돌을 제거해 자국의 조선업 발전을 도모하고 대중국 군사적 대응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함정 건조 분야에서 미국의 좋은 파트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최신형 잠수함을 건조 중이다. 리튬 전지 체계로 장시간 수중 작전도 가능하다. 캐나다 해군은 60조 원 잠수함 사업의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 같이 선박 건조와 방위산업 능력을 동시에 갖춘 파트너를 찾기는 어렵다.
우리 조선업은 오랜 불황을 극복하고 호황기에 진입했다. 친환경 기술 등 첨단 기술로 선박을 수주하여 이익률도 크게 상승했다. 글로벌 조선업이 경기 상승기를 접하면서 우리 조선 업체들은 이미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박 건조 설비 규모가 문제지만, 조선업의 더 큰 문제는 인력 수급이다. 2014년 조선업 고용 규모는 20만3441명 수준이었으나, 현재 약 절반 수준(2022년 말 기준 9만6254명)으로 감소했다. 조선업의 장기 불황으로 인력이 다 떠난 상황이다. 향후 생산 역량을 늘린다 해도 인력 충원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선업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조선업의 도약을 위한 전략을 내놓고 있으나, 군수 분야 대책은 아직 미흡하다. 정부의 대책은 기술 초격차 확보 전략 방안과 인력 양성 방안으로 요약된다. 기술 초격차 확보 전략은 우리가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친환경 조선 기술 분야, 자율운항선박 상용화 분야, 그리고 공정 무인화 분야 등 미래 기술 분야에 집중되어 수립됐다. 인력 수급 전략으로 해외 국가와 협력 및 우리 대학과 협력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전략은 LNG 선박과 친환경 선박 건조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으나, 군수 협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미흡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의 새로운 영역인 군함 및 잠수함과 관련된 기술 확보에 대한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보안이 필요한 분야에서 고급 인력과 안정된 인력 수급 방안도 미흡하다. 조선 설비 확장을 위해 수요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지만, 수요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군수용 주문 확대 계획도 없다. 트럼프 2기 시대에 조선업의 르네상스를 여는 데에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