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해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천 개입 의혹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정치권에는 다양한 막후 인물들이 활동하지만, 명 씨만큼 큰 파장을 일으킨 경우는 흔치 않다. 대통령 부부까지 영향권에 들어 있는 데다, 민감한 내용을 대부분 기록으로 남긴 것을 보면, 명 씨 의중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번 기회에 모든 연루자를 성역 없이 조사해 실상을 밝히고 상응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움으로써 ‘브로커 정치’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명 씨 사건의 핵심은,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물론 이준석·김종인 등 유력 정치인들과 교류하면서 불법적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명 씨는 2022년 6월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며 90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식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 씨와 통화하면서 “공관위에서 들고 왔길래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는데 당에서 말이 많네”라는 녹취 음성도 공개됐다. 명 씨는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후보 단일화 등 정치적 조언을 하고 무료로 여론조사를 수십 차례 해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실제로 명 씨와 어느 정도 가까웠는지, 김 여사가 문자 등으로 명 씨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배경이 뭔지 등 의문투성이다. 이준석 의원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당시 명 씨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김 전 의원이 공천 탈락한 이후 개혁신당 비례 1번을 요청했을 때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등도 밝혀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 조작을 의심케 하는 녹취도 공개됐다. 막후 활동으로 정치인 약점을 잡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정치인도 적극 협력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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