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권태영(33)·이송이(여·31) 부부

“나중에 둘 다 결혼 못 하면 둘이 결혼하자!”

장난스레 건넸던 말이 현실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저(송이)는 대학생이던 10년 전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선정돼 미국 앨라배마 주립대학교에 두 달간 연수를 떠난 적이 있습니다. 남편은 그때 함께 미국에 갔던 복학생 오빠였어요. 같은 수준의 반에 배정돼 자연스럽게 수업을 함께 들었죠. 수업이 끝나면 식사도 같이하고, 포켓볼도 치면서 점차 친해졌죠. 가끔 눈이 오는 날에는 둘이서 이어폰을 나눠 끼고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고요. 그때 남편에게 장난스럽게 나중에 서로 짝이 없으면 결혼하자고 했죠. 남편은 그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그때부터 제게 과감하게 구애를 하더라고요. 불도저처럼 ‘1일 1고백’을 하며 직진하는 모습에 결국 저도 넘어가 버렸답니다.

저와 남편은 10년 연애 끝에 부부가 됐어요. 정말 대화가 잘 통했거든요. 남편도 저를 많이 배려했지만, 위기 상황이 한 번 있었죠. 남편이 경기도에 있는 직장에 취업하면서 함께 지내던 부산을 떠나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됐어요. 마침 저는 취업 준비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상태여서 괜히 남편 탓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의 20대를 전부 남편과 보내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죠. 하지만 남편은 그런 제게 “소개팅을 하고 싶으면 해도 좋고, 클럽에 가고 싶으면 가도 좋다. 하고 싶은 걸 모두 해본 뒤 내게 돌아와만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남편에게 쏟아낸 부정적인 감정들이 전부 눈 녹듯 사라졌죠. 언제나 저를 믿어주고 감싸준 남편의 넓은 그릇에 결혼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지난 4월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저희는 얼마 전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대학원생이 됐고, 남편은 퇴사 후 변리사 시험에 뛰어들었어요. 서툴지만 끝까지 노력해 언젠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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