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정상 간에 골프 대결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골프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케미(친밀감)를 맞추려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골프 연습이 화제다. 윤 대통령은 최근 8년 만에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고 한다. 이시바 총리도 10여 년 만에 연습장을 찾으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누가 ‘골프 외교’의 물꼬를 틀지가 정가의 관심사가 돼버렸다. 더 야단스러운 쪽은 일본이다. 윤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보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했을뿐더러, 윤 대통령(12분)이 이시바 총리(5분)보다 더 길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6년 트럼프 당선 때 가장 먼저 20분간 통화했으니, 이시바 총리 주변에선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골프 경력은 이시바 총리가 조금 나아 보인다. 고교 때 골프부였고, 꽤 수준이 높았다고 한다. 정치 입문 후 거리를 두다 10여 년 전부터는 아예 골프채를 잡지 않았단다. 윤 대통령은 종종 골프를 쳤는데 썩 즐기는 편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의 골프 열정은 거의 광적이다. 집권 1기 때 연평균 80회가량 골프장에 갔다. 전 세계 16곳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고, 78세의 나이에도 핸디캡이 3 안팎(골프다이제스트),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80야드(256m)를 넘나든다고 한다. 한 골프 전문기자가 책에서 ‘누구와 치든 속임수를 쓴다’고 주장했으니, 신뢰도가 높진 않지만 상급인 것은 사실 같다.
트럼프식 골프 외교에서 정점을 찍었던 주역은 아베 전 총리다. 첫 만남 때 7000달러짜리 혼마 금장 골프채를 선물했고, 5차례나 라운드를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 ‘일본의 옛 트럼프-위스퍼러(whisperer)가 전한 세계 지도자들을 위한 교훈’이란 기사에서 “아베의 전략은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의 공격적인 충동을 막는 지침을 준다”면서 “양국 간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베가 2017년 일본 도쿄 인근에서 트럼프와 라운드 도중 벙커(모래 구덩이)에서 샷을 하고 나오다 그 안으로 넘어진 장면도 상기시켰다. “트럼프는 철강·알루미늄 수입 관세 면제국에서 일본을 제외했고, 김정은과 협상 때도 아베를 배제했다.” 브로맨스의 밀월 관계에도 ‘벙커’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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