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13일,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최근까지 추진해 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 측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공시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등 주주들과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며 “주주 보호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관련 법규와 정관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약 2조5000억 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발표 직후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에 적잖은 충격이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 측에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최윤범(사진) 회장과 박기덕 사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유상증자 추진에 대한 유감과 사과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기자회견 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단기적 투자 수익 회수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비전, 향후 사업 협력의 필요성 등을 고려한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주주 총회에서 승리하고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 방안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향후 경영권 분쟁의 향배는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MBK·영풍 측의 지분율을 약 44%,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을 약 40%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분율 4~5% 안팎의 열세를 보이는 최 회장 측은 임시 주총 전까지 우호 지분 추가 확보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MBK·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이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16% 지분(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 해외 투자자 등) 확보 여부가 승부처로 떠오른 만큼 나머지 주주들을 대상으로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누가 더 높일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것이 경영권 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