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돌아온 트럼프 2.0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앞세워 의회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는 ‘슈퍼 트럼프’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제 트럼프 2.0은 의회의 법적 지원까지 받으면서 강력한 대내외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적 불안과 불법 이민자 문제, 그리고 미국의 정체성 회복을 통한 미국의 자주성 회복을 내세워 승리했다. 향후 보호주의와 고관세 정책을 통해 경제 안정을 도모하면서, 대외적으로 적에게는 공포를, 동맹이나 우방국에도 양보를 강요하는 선별적 고립주의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하며, 재임 실패로 중단됐던 대중국 탈동조화(decoupling) 기조의 부활을 천명했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훔친 기술과 비정상적으로 습득한 기술로 물건을 제조할 뿐 아니라 막대한 음성적 보조금까지 지원해 미국 제조업과 일자리를 붕괴시켰고, 국제 무역 질서도 해쳤다고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그 이익으로 미국의 달러와 군사력에 도전하고 있어 반드시 제압해야 할 대상이라는 논리를 편다.

이 점에서 트럼프식 대중 압박은 더욱 강력하게 전개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독재 중국과 민주 국제사회’ 프레임으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전개해 일정한 효과를 거둔 점도 향후 트럼프 2.0의 대중 압박 정책에 참고가 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 2.0의 대중 압박은 1기의 대중 압박 방식과 바이든식 대중 견제의 효율성을 참작하는 새로운 형태의 강력한 견제로 출현할 공산이 크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중 견제와 압박이 계속될 것을 아는 중국은 트럼프의 당선을 미국의 내정이라며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사실 중국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더 면밀한 준비를 했다. 시진핑 주석은 어쩌면 트럼프의 당선을 더 기대했을 수도 있다. 강 대 강으로 부딪힐 수도 있지만, 트럼프가 선호하는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식 논의가 문제 해결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트럼프 1기 4년과 바이든 4년을 견뎠기 때문에 일단 지구전을 전개할 것이다. 트럼프 2.0이 과도한 미국주의로 흐를 경우, 미국과 갈등하는 국가들에 접근해 강력한 제조업 능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의 동맹을 와해시키는 접근을 할 수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24시간 종식이 만일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양보를 겨냥한 것이라면, 유럽연합(EU)는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중국에 보다 넓은 외교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점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너무 과민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의 일방적인 비자 면제 조치 등 한중 관계 회복을 강조하면서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균열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2.0에 대한 불필요한 선입견에 따른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양자 협력이 우선시되는 북핵 문제나 공급망 안정, 경제 협력 분야 발굴 등의 현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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