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국무장관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기용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가안보보좌관에 육군 특수부대원 출신 전쟁영웅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이 지명됐다. 미 상원과 하원에서 중국과 북한에 압박 정책을 주문해 온 대표적인 강경파 인사들이 외교·안보 투 톱에 나란히 오른 것은 향후 4년 트럼프 행정부가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트럼프 당선인이 왈츠를 지명하면서 “힘을 통한 평화 추구의 옹호자”라고 소개한 데에서도 중국과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의지가 엿보인다.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장도 ‘충성파’를 지명함으로써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발휘하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루비오는 신장 위구르족 강제노동방지법안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란 점에서, 트럼프 2기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왈츠도 중국 간첩으로부터 미국 대학 등을 보호하는 법안을 주도한 대중 매파다. 북핵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싱가포르 회담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개발 시간만 벌어 줬다”(왈츠), “하노이 회담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내걸고 벌인 쇼”(루비오)라고 할 정도로 닮은꼴이다. 북한의 사기극에 다시 말려들 가능성은 줄어든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은 조 바이든 시대의 ‘디리스킹(탈위험)’에서 외교·안보·통상·기술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갈 듯하다. 외교·안보 참모들은 대중 연합전선 구축에 필요한 핵심 거점 국가를 열거하면서 한국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꼽았다. 긍정적 측면이 많아 보이지만,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의 압박도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더 정교한 외교가 절실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가급적 빨리 만나 양국 관계의 큰 그림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기 바란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