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부장)이 서울 광진구 중곡동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마음안심버스를 형상화한 재난상황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윤성호 기자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부장)이 서울 광진구 중곡동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마음안심버스를 형상화한 재난상황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윤성호 기자


■ 11년째 현장서 심리 지원…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재난땐 취약계층 타격 더 크고
혼자 힘만으론 이겨낼 수 없어

현장선 관계자 등 모두 피해자
대상 파악 즉시 심리 응급처치
‘아리셀’ 때도 우리가 먼저 찾아

내가 도움 줘야 번아웃도 안와
결국 환자치료통해 힘 얻는 것



지난 2013년 서울 광진구 중곡동 국립서울(정신)병원에 재난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를 심리 지원하는 태스크포스(TF)팀이 하나 생겼다. 당시 팀원은 7명이었다. 이듬해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국가가 재난 트라우마를 살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두터워졌다. 국립서울(정신)병원이 2016년 3월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재탄생하자 임시조직이었던 TF팀도 ‘국가트라우마센터’로 정식 조직이 됐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그동안 화성 아리셀 화재, 이태원 참사, 강원 동해안 산불 등 숱한 재난현장에서 생존자와 유족, 피해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보살폈다. 사회적 재난은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 힘든 만큼 국가가 반드시 위기개입을 해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부장)은 13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난 트라우마는 국가가 맡아야 하는 영역”이라며 “트라우마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고 혼자만의 힘으로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TF팀이 만들어질 때부터 참여한 심 부장은 11년째 재난 현장에서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

재난 심리 지원은 심리적인 구호활동이다. 자연재해가 생기면 임시 주거시설 등이 제공되는 것처럼 심리적 충격으로 무너진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마음의 힘을 회복하지 못하면 물리적 구호 활동도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심 부장은 “국가가 재난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해도 국민안전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국가의 재난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난현장에서는 경제적 자원이 없는 사람들이 더 크게 타격받는다. 심 부장은 “부유층은 재난을 당해도 심리치료 등을 스스로 챙길 여력이 있다”며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사회적 취약계층은 재난을 당해도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심 부장은 재난 현장에 나갈 때마다 “본질에 충실하자,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는 “재난현장에서는 모두가 피해자”라며 “시시비비를 따지게 되면 심리 지원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난 현장에선 여러 가치관이 충돌하고 정쟁이 얽힌다. 심 부장은 “재난 책임자로 지목되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며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안전하게 책임져야지, 매도당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리 지원 최우선 대상자는 현장에 있었던 부상자와 목격자다. 2차 지원대상은 가족과 유족, 3차 지원대상은 소방관, 공무원, 경찰 등 사고 수습을 책임진 관계자들이다. 대상을 파악하면 심리적 응급처치, 즉 위기개입이 바로 이뤄진다. 민간병원에선 환자가 의사를 찾아오지만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정반대다. 의사와 지원인력이 재난현장으로 피해자를 찾아 나선다. 심 부장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연락드리는 것이라면서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우선 접촉한다”며 “화성 아리셀 화재 때도 우리가 유족들에게 먼저 찾아갔다”고 말했다.

재난 현장에선 누가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심리 지원 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심 부장은 “재난 초기에 위기개입을 하면 정신질환이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만성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효율적인 측면도 많다”고 말했다. 의사라고 해도 험한 재난현장이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심 부장은 자신이 번아웃(소진)되지 않기 위해 치료에 더 매달린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가 좋아질 때까지 ‘끝장’을 보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걸 봐야 나 역시 소진되지 않는다”며 “내가 힘을 얻는 것은 결국 환자 치료”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정신건강센터는 2016년 개원 당시 전문성을 살려 조직을 대폭 개편했다. 200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이 기피시설이라면서 극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개원 후 많은 주민이 병원 구내식당과 카페 등을 이용하면서 지역사회에 녹아들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엔 민간병원이 외면한 코로나19 정신질환자도 다 받았다. 곽영숙 센터장은 “치료와 재활, 회복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국가중추의료기관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며 “중독 분야도 최근 개설하려는데 세부 전문성까지 갖춘 공공병원은 드물다”고 말했다. 곽 센터장은 “연봉과 상관없이 진료에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도 우리 센터가 자부심을 가지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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