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국립공원 설악산의 비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설악 케이블카는 50년 넘게 박정희 전 대통령 사위 일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관리·운영되는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운영하며 매년 수십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다 사업 기간도 사실상 영구적이어서 오랫동안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해발 700m 높이의 권금성까지 운행하는 설악 케이블카(1.2㎞)는 울산바위와 만물상을 비롯해 파노라마 같이 펼쳐진 설악산의 웅장한 산세를 감상할 수 있어 속초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꼽힌다. 14일 강원 속초시와 국립공원공단 등에 따르면 설악 케이블카는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71년 8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의 맏사위인 고 한병기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가 지인들과 함께 1970년 1월 설악관광주식회사(현 동효)를 설립하고 사업권을 받았다. 한 전 대사의 부인인 박재옥 씨는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첫 부인 김호남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기준 설악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동효의 주주는 총 4명이다. 소유 구조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한 전 대사의 두 아들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초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설악 케이블카의 대주주인 한 전 대사의 아들은 공개적인 대외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효의 최근 5년간 당기순이익은 2019년 59억5600만 원, 2020년 24억6865만 원, 2021년 26억9208만 원, 2022년 60억3625만 원, 2023년 44억1772만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며 관광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던 2020~2021년에도 연평균 25억 원이 넘는 이익을 내며 안정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공공자산인 국립공원을 이용해 연간 수십억 원의 이익을 내면서도 별도의 공원 관리 비용이나 환경부담금 납부 의무는 없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이성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