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송재우 기자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남산을 시민품으로 - <上> 계속되는 특혜 시비

한국삭도공업 5·16때 운영권
두 일가가 3대 걸쳐 세습해와

서울시 추진한 명동역 곤돌라
집행정지 신청으로 건설 막아

“국민 상식으로 이해힘든 구조”
민간사업 연한 법 개정 시급


서울시는 지난 12일 한국삭도공업의 신규 ‘남산 곤돌라’ 건설 중지(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기존 남산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의 지하철 명동역∼남산 곤돌라 추진에 반발해 집행정지 신청을 낸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삭도공업이 남산케이블카 운영권을 60년 넘게 독점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공재’인 남산의 케이블카를 시민에게 돌려줄 방안을 찾거나, 적어도 경쟁 체제를 도입해 독점구조를 깨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5일 직접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국공유지를 소수가 독점하는 것은 정의감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삭도공업, 3대에 걸쳐 62년간 독점운영 = 대한제분 사장 출신인 고 한석진 대표가 1958년 설립한 한국삭도공업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약 3개월 만에 교통부로부터 국내 최초 삭도(索道)사업 허가를 받았다. 1962년 20인승 케이블카 2대로 시작, 현재까지 남산케이블카를 독점운영 중이다. 회사 지분도 한석진 대표 아들인 한광수 공동대표와 가족이 50%, 이기선 공동대표와 가족이 50%씩 나눠 가진 구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 매출은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2017년 약 115억6620만 원에서 지난해 약 195억3720만 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영입이익은 약 33억4830만 원에서 약 64억7440만 원으로 증가했다. 국유지에 케이블카를 놓고 60년 넘게 돈을 벌지만, 정부에 내는 사용료는 1억 원대다.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케이블카 부지 6593㎡ 가운데 2개 지주 및 상부승강장 1987㎡, 하부승강장 일부 194㎡, 선하지(線下地) 3091㎡ 등 5272㎡가 국유지(산림청 소유)다. 국유지 사용료 산정 기준을 적용하면 부가세 10%를 포함해도 지난해 기준 약 1억4370만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시의회 행정사무조사까지 받아 =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15년,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였던 서울시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남산케이블카 사업의 독점 운영과 인허가 특혜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를 벌였다. 당시 특위 보고서를 보면, “50년 이상 세습해 운영한 것이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느냐. 지금이라도 허가를 반납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의에 이기선 공동대표는 “별도로 한번 생각은 해보겠다”고 답했으나 운영권 반납은 없었다. 특위에서는 회사 명의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 기부금을 내고, 훈장은 이 공동대표 개인이 받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독점 용인하는 법적 허점 개선 시급”= 한국삭도공업의 독점운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궤도운송법에 사업 연한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민간 사업자의 사업 연한을 30년으로 하고, 기간이 끝나면 재허가를 받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로는 이런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지도 않았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법을 고쳐 일정한 조건을 통해 재허가를 받게 하든지,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며 “소급적용이 어렵다면 경쟁체제를 도입해 시장(市場)의 선택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관광연구소장)도 “국민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독점구조”라며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운영 기간 제한도 없는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경관(景觀)이라는 공공재 사용에 상응하는 사회적 기여를 하게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런 논란과 지적에 대해 한국삭도공업 측은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김성훈·이정민·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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