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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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공무원노조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결과통보 권한 가해자에만 부여” 비판


부하 직원을 공개 장소에서 모욕하고 주말에도 업무 수행을 지시하는 등 괴롭힌 서울시의 과장급 공무원이 솜방망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노조에서는 “피해자는 병가·휴가·장기재직휴가까지 사용하며 근무 환경에서 벗어나야만 가해자를 피할 수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인사과와 조사담당관의 피해자 보호조치는 미흡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서울시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서울시 행정1부시장 산하 A 과장은 2023년 7월부터 5급 팀장인 B 씨를 포함한 팀원들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등 심각한 괴롭힘을 이어왔다. 퇴근 후 또는 주말에도 업무 지시를 하거나, 모친의 병 간호를 위해 지방에 내려간 직원에게 주말 내내 업무지시를 하기도 했다.

A 과장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피해자는 “이렇게 사람이 죽는구나”라는 절망감을 느끼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이 사건을 접수한 서울시공무원노조는 A 과장의 괴롭힘과 관련한 녹취 기록 등을 확인한 후 피해자 B 씨의 대처를 지원해왔다. B 씨는 A 과장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 병가와 휴가·장기재직휴가까지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공노는 “그동안 행정국 인사과·시장 비서실·조사담당관에 A 과장의 괴롭힘에 대한 엄정한 징계를 요구했지만 하나같이 미온적이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결국 A 과장은 감사위원회에서 위원장 전결로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서공노 관계자는 “가해자는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채 근무를 지속했고, 조사 과정에서도 가해자와 직원들의 접촉 가능성에 대한 예방 조치는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며 “결과 통보와 이의제기 권한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만 부여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해자인 B 씨도 서울시의 징계 결정에 크게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법령·조례를 정비해 직장 내 괴롭힘을 정확히 정의하고 후속 조치를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제76조의 2),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고, 괴롭힘 발생 시 후속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공무원법에는 괴롭힘 금지조항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정부는 2018년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고, 이듬해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공무원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을 도입하고 구체적 처벌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야 가해자를 강력히 제재할 수 있고, 피해자를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부철 서공노 사무총장은 “간부의 막말과 인격모독, 괴롭힘에 대한 징계가 훈계로 끝난다면, 앞으로 관리자는 시청 내에서 막말과 괴롭힘을 해도 된다는 의미”라며 “서울시가 지금도 몇몇 문제 인사들의 유사한 갑질행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데 앞으로 노조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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