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장 입실시간 4분 전인 오전 8시 6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에 지각을 우려해 경찰에 도움을 청한 한 수험생이 급하게 차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시영 기자
수능 시험장 입실시간 4분 전인 오전 8시 6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에 지각을 우려해 경찰에 도움을 청한 한 수험생이 급하게 차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시영 기자
의대 증원 여파로 역대급 16만 ‘N수생’
환자복 입고, 고사장 착각하고…

“의대, 제가 갑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4일 오전 7시쯤 서울 서초구 반포고 앞. 의대 지망생인 ‘N수생’ 이용준(29) 씨는 시험장에 들어서며 “중국에서 유학하다 자퇴했는데 의대 증원 소식에 수능을 도전하기로 했다”며 “올해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내년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능은 의대 증원 이후 치러지는 첫 수능으로, 의대 진학을 노리는 N수생이 늘면서 역대 최다 N수생이 이날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경복고에서 만난 고려대 재학생 A(20) 씨는 “주변에도 의대를 노리고 수능 다시 보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고, 또 다른 재수생 B 씨도 “N수생들이 많아 모의고사 등급 컷이 1~4점 높아졌는데, 난도가 높을것으로 예상돼 긴장된다”고 말했다.

고3 학생들은 N수생들의 ‘참전’을 걱정하면서도 고득점의 의지를 다졌다. 현대고 재학생 C(19) 군은 “의대 재학생들이 (상위권 의대에 재입학하기 위해) 수능을 많이 본다고 해서 긴장되지만 제가 다 제치면 된다”며 “서울대가 목표”라고 밝혔다. 심지혜(19) 양도 “재수생 많다고 해 걱정되지만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겠다”고 말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수험생 형· 누나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반포고 시험장을 찾았다는 이윤혁(12)·서유권 (12) 군이 ‘수능 대박 기원’ 플래카드를 보이고 있다. 노수빈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수험생 형· 누나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반포고 시험장을 찾았다는 이윤혁(12)·서유권 (12) 군이 ‘수능 대박 기원’ 플래카드를 보이고 있다. 노수빈 기자


이날 수능 시험장에는 환자복을 입고 시험을 치르러 온 학생, 지각으로 입실하지 못한 학생 등 다양한 풍경이 연출됐다.

지난 12일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유찬(19) 군은 오른쪽 발목에 부목을 하고 환자복을 입은 채 반포고에 나타났다. 입실시간에서 약 20분이 지난 오전 8시 34분 도착한 한 남학생은 학교 관계자의 제지로 시험장에 입실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부모가 자녀의 시험장을 착각해 신분증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해프닝도 벌어졌다. 여의도고에서 수능을 본 한 학생이 신분증을 두고와 부모에게 전달을 부탁했는데 부모가 시험장을 ‘여의도여고’로 착각한 것이다. 이 사연을 들은 경찰은 곧바로 신분증을 여의도고에 있는 학생에게 전달했다.

수험생 학부모들은 자녀를 시험장에 들여보낸 이후에도 시험장 근처를 떠나지 못했다. 학부모 노모(48) 씨는 “딸이 이과생인데 의대 증원 이후로 원서를 어디에 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시험을 잘 보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할머니, 삼촌, 고모 등 6명의 대가족이 총출동해 수험생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 수험생의 동생 김연우(16) 양은 “언니가 수능보러와서 응원하기 위해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며 “후회없이 잘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누나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반포고를 찾았다는 초등학생 이윤혁(12)·서유권(12) 군은 ‘수능 대박 기원’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보이며 “이 근처에 살고 있어 응원하러 왔다”며 “형, 누나들 모두 시험 잘 보고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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