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살인’ 범죄 잇따르자
이별 관련 법률 자문 사례 늘어
접근금지명령 등 법적제재 요청


최근 하남 연인 살인사건, 북한강 토막 살인사건 등 전국 각지에서 ‘교제 살인’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안전한 이별을 위해 로펌까지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헤어질 결심 이후 연인의 교제 폭력 등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혼을 넘어 이별 관련 법률서비스 시장이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안전 이별’을 위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로펌은 1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A 로펌은 ‘이별을 통보했더니 남자친구가 불법 촬영물로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데 안전하게 이별하고 싶다’는 의뢰인 요청에 접근금지명령,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대책과 함께 실시간 상담번호를 제공했다. 형사법 전문인 B 로펌 역시 ‘교제 살인을 방지하기 위해 변호사 조력을 통해 법원에 임시보호명령을 신청하는 게 좋다’며 교제 폭력을 당한 의뢰인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 절차 등을 안내했다.

로펌들의 안전 이별 서비스는 30만 원가량을 받고 컨설팅·상황 연출 등을 통해 이별을 도왔던 기존 이별대행업체보다 전문적이고 실효성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별 통보 뒤 전 남자친구에게 문자·전화 폭탄에 시달린 30대 여성 C 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토킹으로 인한 접근금지를 신청할 시간이 없어 마땅한 대응책을 못 찾고 있었다”며 “이별대행업체보다 법률전문가 도움을 받아 목숨값을 아끼겠다”며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교제 폭력 피해자들이 안전한 이별을 위해 로펌까지 찾아가는 이유는 관련 범죄 피해자는 늘고 있지만 보호제도는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언론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교제 살인으로 숨진 여성은 최소 49명으로 집계됐고, 살인미수 피해자도 158명에 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교제 살인 통계를 발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대 국회에서 3건의 교제 폭력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심사 계류 중이다. 이은의 변호사는 “보복범죄율이 높은 교제 폭력 특성상 살인 등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피해자 보호 제도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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