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노선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11·5 미국 대선 결과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창업가들이다. 트럼프 유세 현장에서 10억 원이 넘는 상금을 내걸었던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을 창업하고 초대 CEO로 재임한 대표적인 ‘페이팔 마피아’다. 페이팔을 창업했던 초창기 구성원 중 많은 사람은 페이팔을 매각해 얻은 부를 가지고 사치재나 고급 부동산을 사거나 평생 윤택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이들은 편안한 노후 대신 다양한 새로운 창업과 벤처 투자 등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는 길을 택했다.

페이팔의 초기 구성원들은 마피아 조직처럼 서로가 창업한 기업에 재직하거나 투자를 지원하는 형태로 끈끈한 커넥션을 유지하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2007년 포천을 시작으로 이들을 페이팔 마피아라고 부른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역시 페이팔 2대 CEO였던 피터 틸을 멘토로 생각할 정도이며, 실질적으로 틸은 밴스가 상원 선거를 치를 때부터 매우 중요한 재정적 후원자 역할을 해 왔다. 틸은 지금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라는 인공지능(AI) 기업을 창업해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미국의 여러 정부 부처에서 중요한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틸, 그리고 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페이팔 마피아들이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내년 1월에 출범할 트럼프 2기는 역대 행정부와는 달리 혁신과 미래 창조를 본업으로 하는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이 주도하는 행정부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매우 시장 친화적이며 혁신 지향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얼핏 우리 기업에 매우 바람직한 변화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말하는 혁신은 무한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이다. 한·미 관계와 같은 외적 변수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본원적 경쟁력이 있느냐가 미국 시장에서의 생존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군함 건조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사실 역시 한국 군수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둘째,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거점들과 주요 핵심 기업들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반면, 외국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과감히 축소할 가능성이 짙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더 강력한 경쟁자들과 생존경쟁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끝으로, 트럼프 새 행정부는 첨단 및 핵심 기술에 대한 시장 판매와 가치사슬 구성에 대해서 미·중 관계를 고려한 매우 실리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 첨단 기술에 대한 양국 간 갈등 형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핵심 신기술과 전략자산들에 대한 의사결정을 더욱더 현명하게 해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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