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 법원 앞 무죄 겁박 시위 100만 서명한 무죄탄원서 제출 이재명 무죄 안 믿는다는 방증
이 대표 스스로 무죄 못 믿는 듯 당력 총동원 판결 위협 시대착오 공당이라면 판사 협박 멈추길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가 내려진 1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국회의원, 당원, 지지자들이 대거 모여 ‘이재명 무죄’를 외쳤다. 재판부에 대한 노골적인 무력시위이자 겁박으로, 나라가 유신 시기를 넘어 해방 직후로 돌아간 듯한 시대착오적 광란이다. 이 대표 친위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비행기·버스 비용까지 지원하겠다면서 시위 참석을 독려한 바 있다. “이 대표 무죄를 확신한다”면서 뭐가 두려운 걸까.
민주당은 그간 당력을 총동원해 국회와 당 안팎에서 이재명 무죄 선전전을 펼쳐왔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장외집회를 2일과 9일 벌이기도 했다. ‘김건희특검법’을 앞세웠지만, 이 대표 무죄 촉구 위협이 진짜 속셈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16일엔 조국혁신당·진보당 등과 함께 또 장외집회를 하고, 25일 위증교사 혐의 사건 선고를 전후해서도 장외집회를 계속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당 안팎에서 그간 이 대표 혐의가 정치 검찰이 조작한 것이고, 없는 사건을 만든 윤석열 대통령 정적 죽이기라고 주장해왔는데, 이 대표부터 자신의 무죄를 믿지 않는 것 같다. 171석이라는 국회 절대 의석을 보유한 공당의 대표가 체면도 염치도 품위도 죄다 내버리고 재판 방탄에 매진한 것은 내심으론 유죄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2021년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 대표는 그해 12월 21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자살한 다음 날부터 여러 방송 인터뷰에 나서 “성남시장 때는 김문기를 몰랐다”고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던 와중에 벌어진 불상사라 ‘불똥은 우선 피하자’고 잘못 판단한 듯하다.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하던 사업에 온갖 비리 특혜 혐의가 제기되자 대장동 사업 핵심 실무자였던 김문기를 ‘손절’한 것으로, 대선 당선을 위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백현동 토지 용도 4단계 상향 등의 특혜 조치가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었다고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한 주장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성남시와 국토부가 주고받은 공문엔 처벌 협박을 유추할 어떤 내용도 없었고, 성남시 공무원들도 그런 전화를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충성 경쟁에 나선 의원·당직자들도 그의 유죄를 확신한 듯했다. 의원 40여 명이 소속된 더여민포럼은 최근 이 대표 무죄를 주장하는 토론회를 두 차례 개최했다. 더민주혁신회의는 무죄 판결 촉구 탄원 서명 운동을 벌여 100만 명이 넘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탄원서나 토론회는 법리적으로 왜 무죄인지, 어떻게·어떤 증거가 조작됐다는 건지는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제1 야당 대표, 유력 대선 주자란 점을 부각해 무죄 선고를 요구했다. 모두 법리적으로는 무죄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라는 거창한 이름의 단체에 소속된 민주당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상당수는 하던 일을 팽개치고 국회로 모여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제1야당 대표가 이렇게 치졸한 탄압을 받은 적은 없다. 이 대표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제1야당 대표=무죄’ 주장이 논리적으로 성립되지도 않지만 수천억 원의 배임, 수백억 원의 뇌물 등으로 대표되는 이 대표의 7개 사건 11개 혐의는 당 대표가 된 뒤 검찰이 찾아낸 게 아니다. 당과는 무관한 개인 범죄 혐의로 모두 성남시장·경기재사 때 발생했는데, 이를 방탄하자고 당 안팎의 만류에도 대표에 올랐을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 유죄를 확신한 최고 장면은 선고 당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벌인 무죄 촉구 대규모 집회다. 수천∼수만 명을 동원해 법원을 압박하는 시위를 하고, 서명인 대부분이 당원이나 지지자일 탄원서를 낸다는 건 그만큼 유죄 심증에 ‘후달린다’는 뜻이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인민재판이나 여론재판이 통하지 않는 법치국가다. 민주당이 위증교사, 대북 송금, 대장동·성남FC 등의 재판에서도 이 대표의 무죄를 확신한다면 머릿수를 동원해 법원을 겁박하는 유치한 방식은 접고 차분히 재판 결과를 기다리면서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는 공당으로서 제 할 일을 제대로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