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번째 장편 ‘맨투맨’ 낸 최재영
깜짝등단후 6년공백…깜짝 복귀
인기있는 글 - 쓰고싶은 글 고뇌

문화일보에서 최근 만난 최 작가는 첫 책이 나왔을 때를 회상하며 ‘두려움’의 감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한참 세상을 향한 울분이 가득했던 20대 초반, 소설을 쓰는 일은 마음속 모든 감정을 토해내는 유일한 통로였다”며 “누군가 읽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막상 출간된 책을 보니 겁이 났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공개하지 않던 6년간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는 이야기도 꺼내 놓았다. “KAFA에서는 서로의 작품을 일상적으로 합평해요. 때로는 그것이 매우 신랄하기도 하죠.” 문예창작을 전공하지도, 그 흔한 소설 작법 과외조차 받은 적 없는 작가에게 단행본 출간과 더불어 쏟아진 강의 과정의 비평들이 작가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최 작가는 “조금 더 유연한 마음이었다면 수업이나 이후 문단 활동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동시에 날 선 비평들은 작가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나의 취향은 무엇인지, 그런 취향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되는지 묻고 또 물었다. 또한 소설과 영화 작업을 병행하며 “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선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작가의 모든 고민은 작품에 진하게 녹아들었다. ‘맨투맨’은 거듭 집필에 실패하던 시나리오 작가 ‘영호’가 동명의 시나리오를 쓴 뒤 펼쳐지는 이야기다. 시대의 유행에 발맞춘 시나리오를 써냈음에도 영 정이 가지 않는다. 마치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을 만한 작품을 써야 한다는 욕망이 대필한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별 볼 일 없는 창작을 이어가는 영호에게 역시 그저 그런 작가 ‘혜진’이 맨투맨을 함께 고치자 제안하고 그들은 ‘누군가 알아보지 못하는 가치란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조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최 작가는 스스로에게도 “잘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내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조금 편해졌어요. 자아는 글을 쓰는 매 순간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죠. 어떤 글로든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싶어요.” 내년으로 예정된 장편 영화 연출작의 반응이 뜨거워도 다시 소설을 쓸 수 있겠느냐고 묻자 최 작가는 단호한 답을 내놨다. “잘될까요? 하지만 영화가 직업은 될 수 있어도 제 삶의 태도는 소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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