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 만에 동물적 투심(투자심리)이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는 낙관론 일색이다.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킹 달러’의 무서운 질주에다 비트코인까지 뜀박질하는 ‘에브리싱 랠리’다. 트럼프는 “관세를 올리면 무역적자가 줄고 국내 생산이 촉진될 것”이라며 바람을 잡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러시아·우크라이나가 휴전하면 시장이 더 끓어오른다는 것이다. ‘포효하는 20년대’의 도래를 점치기도 한다. 미국의 황금시대인 1921∼1929년 사이에 다우존스 지수는 6배나 폭등했다.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비관론이 대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학자 6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트럼프노믹스로 인해 ‘인플레가 더 빠르게 상승할 것(응답자 68%)’ ‘고용이 감소할 것(58%)’ ‘재정 적자가 커질 것(65%)’이라고 전망했다. 관세 인상→수입 물가 상승→인플레이션→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도 “관세를 올리면 달러 강세와 함께 미 상품 경쟁력을 끌어내려 수출이 감소하고 미 제조업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 경고했다.
그만큼 트럼프노믹스는 소득주도 성장처럼 ‘듣보잡’ 얼치기 이론이다. 물론 전문가 함정은 경계해야 한다. 뉴턴·아인슈타인 같은 머리 좋은 천재들도 주식 투자로 쫄딱 망했다. 뉴턴은 ‘사우스 시(South Sea)’ 투자로 원금의 90%를 날렸고, 아인슈타인은 노벨상 상금 2만8000달러를 몽땅 날렸다. 경제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계량경제학 창시자인 어빙 피셔 예일대 교수는 대공황으로 전 재산을 잃고 대학 기숙사에서 20년 가까이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미국은 100년 만의 황금시대라며 트럼프 랠리에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엔 악몽이고, 특히 독일이 핏대를 세우고 있다. 킬 연구소는 “독일 경제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대를 맞을 것”이라 했고, 슈피겔지는 미국의 신고립주의에 절망하며 ‘서구의 종언’이란 사설을 내보냈다. 100년 전처럼 트럼프의 관세 전쟁과 ‘근린궁핍화정책’이 21세기판 대공황을 부를지 모른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42%로 독일(46%)과 엇비슷한 한국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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