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후 민주당 내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인 ‘4개 재판 11개 사건’ 중 상대적으로 혐의가 경미하고 방어하기 쉬운 재판으로 평가됐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민주당은 “미친 판결” “정적 제거에 부역한 정치 판결”이라며 사실상 ‘사법 불복’을 선언했다.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예정된 만큼, 이재명 ‘일극 체제’로 불리는 민주당의 반발은 격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장외 집회를 계속하면서 당 차원에서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등 이 대표 재판을 공식적으로 지원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17일 “앞으로 당 차원에서 직접적인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의 선거보전금(434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게 이유다.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지만, 그 내용은 성남시장 시절의 개인적 사건이다. 선거비 반환 문제는 당선무효형 확정 시 논의하면 될 일이다. 당장 당 재정에 어려움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대법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만 확정돼도 이 대표의 의원직과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수백억 원의 선거 보전금까지 토해내야 하는 터라 이번 판결의 중대성은 매우 크다. 그렇다고 해도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당이 이 대표의 개인 사건을 담당하는 ‘로펌’(법무법인)을 자처하는 행태는 개탄스럽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 등 당 조직이 변호인단으로 바뀌고, 이 대표의 개인 부담이었던 변호사비도 당비나 무료 봉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 대표 관련 사건을 맡았던 변호인 가운데 5명이 지난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왔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에서도 변호사비 대납 논란이 벌어졌었는데, 이젠 대놓고 변호사비의 당 대납을 천명한 것으로도 비친다.

이 대표는 1심 선고 직후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고, 지난 16일 열린 장외 집회에선 “결코 죽지 않는다”면서 “동지를 위해 싸우자”고 외쳤다. 법정이 아니라 법정 밖에서 압박을 가하자는 선동이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라면 그런 식으로 정당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재판장 한성진)의 판결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유권자 선택이 미칠 해악을 경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긍하기 어렵다면 상급심에서 증거와 법리로 다투면 된다. 국회와 정당을 재판 대응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국민 앞에 더 큰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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