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 현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근로자가 바닥 미장 작업 무인화를 목적으로 개발된 스마트 건설 장비인 인공지능(AI) 미장 로봇을 활용해 바닥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최근 건설 현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근로자가 바닥 미장 작업 무인화를 목적으로 개발된 스마트 건설 장비인 인공지능(AI) 미장 로봇을 활용해 바닥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 Build Up Korea 2024 - 현대엔지니어링, 전공정에 AI 활용 가속화

LLM, 보안탓에 실무활용 제약
대규모텍스트 학습 AI모델 개발
업무효율 향상·비용절감도 기대

2019년부터 ‘AI 설계’ 연구개발
도면 인식·검증 등 전과정 자동화
미장로봇·AI CCTV 등 적극활용


“○○야! 공사에 필요한 배관물량 산출 방법 알려줘.”

현대엔지니어링 직원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업무 질문을 하고 답변을 기다렸다. 곧 AI가 답변을 내놓는다. “배관물량 산출은 재질 및 용접 타입별로 구분해야 하며….”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19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올해 초 개최된 ‘소비자가전쇼(CES) 2024’에 참가한 3500여 개 기업 중 ‘AI 분야’에 참여한 기업 수만 약 900곳에 달한다. 세계 각국은 범(汎)정부적 차원에서 AI 활용 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제조, 건설, 유통, 서비스 등 산업 전반의 기업들도 AI를 통한 제품 개선 및 생산성 향상 등에 매달리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건설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 설계와 시공, 안전관리, 일반사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적용해 업무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초로 현대엔지니어링이 개발한 플랜트 및 건설분야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을 임직원들이 체험하는 모습.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세계 최초로 현대엔지니어링이 개발한 플랜트 및 건설분야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을 임직원들이 체험하는 모습.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세계 최초로 ‘플랜트 및 건설 분야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기술 콘퍼런스 ‘AI READY’를 개최하고 세계 최초로 개발한 플랜트 및 건설 분야 특화 LLM을 공개했다. LLM은 대규모 텍스트를 학습해 인간과 유사하게 언어를 처리하고 생성할 수 있는 AI 모델이다. 그러나 보편적 서비스 목적의 프로그램은 보안 문제로 기업 내부 자료를 입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거짓 정보 생성, 최신 정보 업데이트 및 전문 지식 부족, 비용 발생 등의 이유로 실무에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은 AI 연구개발 스타트업 ‘젠티’와 협력해 165억 개의 말뭉치 토큰으로 이뤄진 방대한 플랜트 건설 분야 데이터를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전문 엔지니어링 자료와 정제된 사내 데이터를 학습시켜 환각 현상을 줄이고 답변의 신뢰도를 높였다.

또한 이 모델을 활용해 방대한 사내 기술 자료를 질의·답변 방식으로 검색·요약·번역할 수 있는 챗파일(ChatFiles) 서비스와 과거 사례 및 법률 조항, 표준계약조건(FIDIC) 등을 바탕으로 입찰안내서(ITB) 항목을 비교분석 및 검토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현대엔지니어링 임직원은 프로그램에 간단히 질문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정제된 데이터나 문서 등을 얻을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프로그램을 업무에 본격 투입할 경우 정보검색 시간 단축 등 ‘생산성 향상’, 보고서, 문서 자동생성 등 ‘업무 효율화’, 리스크 분석, 기술적 의사 결정 등 ‘업무 지원체계 확립’ ‘임직원 교육 시스템 구축’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활용을 통한 설계 역량 향상에 집중=건설사에서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설계 자동화 분야다. 자동화 시스템이 설계 업무를 진행함으로써 잦은 수정으로 인한 인적 오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설계 검토를 위한 투입 인력 등도 줄어 업무효율 향상 및 비용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9년부터 AI 기반의 자동화 설계 필요성에 공감해 플랜트, 주택 등 건설산업 전반에서 자동화 설계 시스템이 필요하거나 적용 가능한 부분을 선정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설계 도면 인식, 설계, 검증까지 건설작업 전 과정에 자동화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설계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작업 기간을 단축하며, 작업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설계 도면 인식 단계에서는 AI 딥러닝, 컴퓨터 비전 등을 기반으로 한 ‘공정 배관 계장도(P&ID) 자동 인식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P&ID는 사업 초기 발주처로부터 인계되는 자료로 주요 공정 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 도면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배관 및 계장 목록과 CAD 도면 등 디지털 공정도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설계 단계에서는 국내 최초로 AI 기반 ‘플랜트 철골구조 설계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는 철골구조의 설계 정보와 다양한 변수를 해석해 설계에 반영하고, 철골 부재에 작용하는 하중 등을 계산해 적절한 부재를 자동으로 선정해준다. 따라서 엔지니어는 기존의 단순 반복적인 설계업무에서 벗어나 경제성과 시공성을 고려한 설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시공, 안전관리,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AI 적용 노력=현대엔지니어링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 외 기타 건설 공정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선 시공분야에서 AI 미장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AI 미장 로봇은 바닥 미장 작업의 무인화를 목적으로 개발된 스마트건설 장비다. 타설된 콘크리트 바닥면을 3D 스캐너로 정밀 측량하고, 평활도가 기준치에서 벗어나는 부분을 4개의 미장날이 장착된 2개의 모터를 회전시켜 미장 작업한다. AI 미장 로봇을 현장에 투입할 경우,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해 반복 작업이 필요한 부분의 미장 작업을 자동화하는 등 시공 품질 균질화 및 인건비 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작업자가 작업 현장에서 떨어진 공간에서 로봇을 운용하기 때문에 작업에 대한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안전분야에서는 AI CCTV를 예로 들 수 있다. AI CCTV의 주요기능은 실시간 영상 분석과 환경 모니터링이다. 먼저, 실시간 영상 분석을 통해 작업자와 건설장비 등을 인식한다. 이후, 이를 통해 작업자의 안전 장구 착용 여부를 감지하고 알려주며, 건설 장비의 온도와 불꽃, 고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 11가지의 환경요소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설계, 시공, 관리, 안전 등 건설 공정 전 과정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건설 현장의 효율성과 안전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건설기술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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