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세워 봐도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늦가을, 도시를 캔버스 삼아 반항아적 몸짓 속에 따뜻한 인간미를 담은 그들을 만난 것은 뜻밖의 기쁨이다. 화이트 큐브를 등진 저들의 제스처를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거리나 골목에 있어야 할 작업들이 어느 사이 또 하나의 고전이 되어 우리 곁에 왔다.
충무아트 갤러리가 그러한 환경에 최대로 근접한 연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아이러니를 의식했기 때문이리라. 전설의 익명 작가 뱅크시(Banksy)를 비롯한 고명한 라인업은 화려하다는 표현도 부족한 듯하다. 냉소와 풍자 속에 담긴 해학과 인간미를 띤 메시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디즈니랜드의 ‘인어공주’ 에리얼을 패러디해서 모델링했다. 팝의 아이콘이 흐물거리며 녹아내리듯 그림처럼 변형돼 있다. 설정 자체가 몸이 물에 잠겨 있다는 것이면서도 그 너머의 삐딱한 시선도 감지된다. 최대의 놀이공원을 디스멀랜드(dismalland), 즉 ‘우울한 땅’이라 불렀던 냉소의 복선도 엿보인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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