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성관계 촬영물을 퍼뜨리겠다고 상대를 협박했어도 애초에 촬영물이 존재한 적이 없다면 형법상 협박죄보다 무거운 처벌이 가능한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0월 25일 김모 씨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를 무죄로 보고 일반 협박죄로 처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 씨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지난해 4월 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씨는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를 겁주려고 동영상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했다"고 진술했고, 김 씨의 휴대전화에서도 촬영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주된 범죄는 해당 협박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뒤 돈 문제 등으로 피해자와 다투다 살해한 혐의였고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도 있었다.

재판에서 검찰은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되는 형법상 협박죄 대신 최소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는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법원은 살인 등 김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지만 협박 부분은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일반 형법상 협박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검사는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돼야 한다며 판결에 불복했고 김 씨 역시 형이 너무 무겁다고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성폭력처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적인 촬영물을 가지고 있었다면 협박 당시 소지·유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더라도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가 성립한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는 촬영물의 존재 자체가 입증되지 않았기에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민 기자
이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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