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북 김제시 부량면에 자리한 한 농경지에서 대동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무인 농작업 트랙터가 운전자 탑승과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동 제공
지난 13일 전북 김제시 부량면에 자리한 한 농경지에서 대동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무인 농작업 트랙터가 운전자 탑승과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동 제공


■ 대동 ‘농작업 시연’ 현장

자율주행 5단계중 4.5단계 도달
사람이 접근하면 바로 작동 멈춰
2026년 출시후 해외 진출 목표

디지털 관리 ‘정밀농업’ 솔루션은
10㏊ 농지서 쌀 6100㎏ 더 수확




김제=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괭이나 삽으로 농사짓는 풍경은 이제 옛날 모습이죠. 최근 농업 현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정밀·스마트 농업이 대세가 되고 있어요. 앞으로 첨단 농기계를 작업 환경에 맞게 세팅만 하면 누구나 바로 농사 입문이 가능한 시대가 될 겁니다.”

지난 13일 전북 김제시 부량면 일대 1980㎡ 규모 농경지. 이곳에서 운전자 탑승과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작업하는 무인 농작업 트랙터 시연이 진행됐다. 국내 주요 농업단체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장수용(56) 회장은 시연을 지켜보며 “농작업 피로감 감소와 인건비 절감 외에 작물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나 병해충 등 환경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농업 현장에서의 AI 기술 확대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옛날에는 눈으로 보고 감으로 농사를 지었다면, 요즘은 AI 기술을 통해 토양 분석부터 넓은 농경지의 병해충 상태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며 “농촌이 미래 농업 기술의 테스트베드(실험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내 첨단 농기계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카메라(비전센서)와 AI 기술이 적용된 무인 농작업 트랙터는 스스로 농경지를 인식하고 로터리 작업(흙을 잘게 부수는 일)을 척척 이어갔다. 농경지 끝에 다다르자 스스로 방향을 바꿔 반대쪽으로 작업을 지속해 나갔다. 사람이 트랙터 앞쪽으로 접근하자 곧바로 작동을 멈추기도 했다. 트랙터 사용자는 작업장에 있지 않아도 스마트폰 등으로 트랙터 전방 모습과 이동 경로, 운전석 상황, 작업 완료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동에 따르면 무인 농작업 트랙터는 국가기술표준원이 2022년 공표한 농업기계 농작업 자동화 기준으로 자율주행 4.5단계에 해당한다. 4단계부터 사람 없이 무인 작업이 가능하고, 5단계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해 스스로 농기계를 가동한다. 4단계와 5단계 차이는 작업을 수행할 농지설정을 트랙터 스스로 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동은 이 트랙터 개발을 위해 2년간 2500시간 이상 농경지 주행을 통해 국내 농기계 기업 중 가장 많은 300만 장 이상의 농업 환경 이미지를 수집했다.

대동은 무인 농작업 트랙터를 2026년 출시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농기계 시장이자 대동의 핵심 공략 지역인 북미에서 실증에 들어간다. 북미 시장은 미국 대형 농기계 기업 존디어가 장악하고 있는데, 대동은 2027년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무인 농기계 시장에서 존디어와 경쟁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동은 미래농업의 한 축으로 밀고 있는 정밀농업 실증 결과도 공개했다. 정밀농업은 농업 전 주기 생산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생산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현대 농업 관리·경영 개념이다. 김제의 대규모 쌀 재배 전문 농가가 경작하는 10ha(약 9만9825㎡) 농경지에 대동의 정밀농업 솔루션을 제공한 결과, 같은 지역·면적의 솔루션을 쓰지 않은 전문 농가보다 비료량은 약 4650㎏(7%) 덜 썼음에도 쌀 수확량은 6100㎏ 더 많았다. 최준기 대동에이아이랩 대표는 “대동이 추구하는 AI는 전문적인 농업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대동 AI가 제공하는 가치를 매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근 김제시 백산면 청하 농원에선 자율주행 운반 로봇도 공개됐다.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이 로봇은 과수원 등에서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과일이나 잔가지 등을 자동으로 운반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적재함에 과일 상자 11개, 최대 300㎏까지 실을 수 있다. 작업자가 과일을 수확하면서 농기계를 계속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됐다. 와이어를 통한 유선 추종 운반뿐 아니라 작업자가 타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 운반도 가능하다. 작업 도중 장애물을 감지하면 스스로 정지한다.

대동은 제품 출시에 앞서 지난 9월부터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운반 로봇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단에 참여한 이은주(여·48) 청하농원 대표는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수동 운반기와 비교해 매연이 없고 소음은 훨씬 적어 작업 피로도가 낮다”며 “특히 일당이 10만∼15만 원인 인부 세 명이 할 일을 한 명이 처리할 수 있어 작업 효율성도 높은 만큼, 정부 농기구 보조금이 늘어 농가 보급이 보다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유현 대동 대표는 “대동의 농업 AI 기술은 농가 고령화와 농경지 감소, 기후변화 등 국내 농업을 위협하는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농업 AI 투자를 꾸준히 강화해 미래 농업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