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추모기부 특집
故한호·최인숙씨 명의로 추모기부 한아름씨

사이클 즐기던 남동생 장기기증
조의금과 자전거는 사회에 환원
모친도 평생토록 베푸는 삶 실천
아름씨, 바이올린 강사하며 봉사
“딸도 내 이름으로 기부하길 희망”
“어머니는 생전에 늘 기부를 희망하셨던 터라 어머니의 뜻을 실천했죠. 군 전역 후 사이클에 빠져 선수로까지 활동한 동생은 세상을 떠나고 장기기증을 통해 9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어요.”(한아름 씨·고 최인숙 씨 자녀, 고 한호 씨 누나)
20일 초록우산에 따르면, 한아름(40·사진) 씨는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모친 최인숙 씨와 지난 2011년 세상을 떠난 동생 한호 씨 이름으로 각각 300만 원, 100만 원 추모 기부를 결정했다. 한 씨는 늘 나눔을 강조했던 모친의 영향을 받아 추모 기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고인은 생전 나눔에 대한 철학이 남달랐다. 최인숙 씨는 일상 속에서 나눔을 실천해왔다.
한 씨는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며 “취미로 도자기를 만드시다가 관절염을 앓으셨는데 온실 관리, 공방 관리를 위해 도움을 준 어르신들에게 감사 의미로 정해진 일당보다 더 챙겨드리기도 했다”고 했다. 한 씨는 어머니로부터 나눔에 대한 실행력과 용기를 배웠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동생이 장기기증을 할 때도 망설임 없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동생과 어머니가 보여준 나눔을 배워서 내가 대신 실천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동생이 먼저 떠날 때 조의금을 기부했고 동생의 전 재산이던 500만 원 상당의 자전거도 사회에 환원했다. 동생 한호 씨는 사이클에 빠져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했지만 빠르게 실력을 키워 선수로까지 활동했다고 한다. 한 씨는 “동생은 술과 담배도 일절 손대지 않고 늘 활동적이며 밝고 순수함으로 가득 찼다”면서 “장기기증 수술을 진행했던 의사도 너무 건강하고 깨끗한 장기라며 떠난 동생과 남은 가족들에게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씨는 모친이 세상을 떠나면서 동생을 다시 기억할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한 씨는 “어머니의 이름과 동생의 이름을 함께 남기고 싶은 마음에 동생의 이름으로도 추모 기부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면 어머니와 동생은 나보다 더 큰 후원금으로 기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추모 기부 후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와 동생의 삶을 기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하고 행복했다”고 했다. 이어서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내 딸이 내 이름으로 1만 원이라도 기부하면 정말 고맙고 기특할 것이다”라고 했다.
한 씨는 ‘내가 갖고 있는 게 내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기부를 결정하기 쉬워진다고 했다. 그는 “나를 위한 돈이 아니라 어머니와 동생의 몫이라고 생각하니 마음도 편해지고 기부도 더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어머니와 동생을 이렇게 기억할 수 있고 어딘가 어머니와 동생의 흔적이 남겨지는 것 같아 행복했다”고 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나눔에 대한 철학은 한 씨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한 씨는 늘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모친의 가르침에 따라 성인이 됐을 때부터 조금씩 여러 단체에 정기후원을 신청했다. 특히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한다. 이번 추모 기부 후원금 역시 충북도 취약계층 아동 지원에 사용된다.
바이올린 전공을 살려 초록우산 대전지역 드림오케스트라 바이올린 강사를 하며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를 돕고 싶다는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그는 “당시에 오케스트라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많다”며 “처음엔 밝은 모습이 아니던 아이들도 악기를 통해 치유되는 모습을 많이 보았고 어떻게든 악기를 배워보려고 하는 모습이 나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고 많은 보람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바이올린 강사를 하면서 많은 아이와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새로운 아이가 들어오면 아이들끼리 잘 뭉치도록 도와주고 사춘기가 온 친구들과 악기를 통해 소통하기도 했다. 소속감을 통해 아이들이 잘 성장하는 것을 보았을 때 뿌듯했다고 한다. 한 씨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정서적으로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아이들의 다른 문제들이 사회 이슈화되면서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그때는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지금도 기회가 온다면 내 전공을 살려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 씨는 “어머니가 노인 복지 사업은 많지만 아이들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한 씨는 “동생과 엄마의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준 것처럼 나도 기부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겠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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