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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소중한 친구가 우울증을 앓다가 나았다고는 하는데요. 전처럼 못 자고 못 먹거나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고 가족들하고도 잘 지냅니다. 가끔은 기분이 축 처지지만 그것 때문에 뭘 못 하지는 않고 꾸역꾸역 일상을 해낸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친구가 사실 그냥 죽으면 편하겠단 생각을 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가족들에게 몹쓸 짓이고 친구들을 실망시키는 거니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절대 실행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약 먼 미래에 사회적 분위기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고 안락사를 택하는 것이 보편화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데요. 왜 사는지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데,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당장 입원해야 할 정도는 아닌가요?

A : 왜 사느냐 아닌 왜 굳이 죽고싶나 물어야… 약물치료도 병행을

▶▶ 솔루션


친구분에게 아직 우울증 증상이 남아있는 것 같아 많이 걱정되실 것 같습니다. 다만 우울증에서 자살 생각의 심각도를 평가할 때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자살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자살 시도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자살에 대한 심각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자살 시도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조차 하지 않는다면 더욱 시급합니다.

삶이 바로 끝나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적극적인 자살 행동만큼의 응급까지는 아니어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자살 관련 행동은 반드시 우울 정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상황이나 가치관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즉, 아무리 우울증을 오랫동안 심하게 앓아도 절대로 자살 계획 등을 세우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로 우울증이 경미해도 충동성, 복수심, 고립감, 자기 공격성 등으로 인해 행동이 촉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구분이 현재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 자살로 가지 않는 보호 요인이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삶이 끝나도 별로 상관없다는 식의 소극적 자살 관련 사고의 경우에도 의미는 있으므로 충분히 얘기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고 없던 자살사고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표현을 빙빙 돌려가면서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무조건 그런 얘기를 하지 말라는 반응이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관련된 감정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나누는 것은 잘하는 일이며,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부분도 굉장히 훌륭합니다.

우리가 왜 사는지에 대해서 자꾸 묻는다면 허무함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 사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보다 왜 굳이 스스로 죽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삶에 지쳐있는 친구분의 증상(weary of life)에 가장 가까운 상태는 기분부전증(Dysthymia)이 아닐까 합니다. 전형적인 우울증과는 약간 다른 부분도 있지만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를 비롯해 치료적 개입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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