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페루 리마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끝으로 다자외교 무대에서 퇴장한다. 퇴임을 2개월 남겨둔 레임덕 대통령으로서 지난 15일 리마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도 개최, 북·러 군사 협력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협력을 제도화한 대통령으로서 이 회의체에 각별한 애착을 보인 것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년 더 재임하면 한미일 협력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미일 관계 원로 전문가인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방한 간담회 때 “한일관계 정상화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일본 총리의 공이 크다”면서 ‘노벨 평화상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로 시작된 한일 협력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결단에 바이든 대통령이 화답하며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성사시킨 만큼 모든 게 잘 풀렸다면 한미일 정상 공동 노벨 평화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재앙적 TV토론 후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포기해 3국 정상의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 꿈은 물 건너갔다. 더구나 일본의 전향적 과거 청산도 기대하기 어려워 커티스 교수가 생각하듯 한일 정상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어려울 듯하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대선이 끝난 뒤 X(옛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이끈다면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예정된 전쟁’의 저자인 앨리슨 교수가 미중 정상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이라는 올리브 가지를 내민 것은 서로 상처 입을 것이 뻔한 미중 패권전쟁 대신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주도하라는 제언이다. 트럼프는 1기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달라고 각별히 부탁할 만큼 이 상에 대한 집착이 강한 인물이다. 재선 성공으로 그 열망은 더 커졌을 게 분명하다. 이제 시 주석만 협상의 무대로 유혹하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이 보일 텐데,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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