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주민이 갱단의 마을 진입을 막기 위해 나무와 타이어를 쌓아놓고 불을 내서 연기를 만들어 내는 가운데 추가할 타이어를 옮기고 있다. 유엔은 갱단 폭력 사태로 올해에만 아이티에서 4만 명 이상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19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주민이 갱단의 마을 진입을 막기 위해 나무와 타이어를 쌓아놓고 불을 내서 연기를 만들어 내는 가운데 추가할 타이어를 옮기고 있다. 유엔은 갱단 폭력 사태로 올해에만 아이티에서 4만 명 이상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살인·약탈·방화… 실향민 2만명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활동 중단


무장 갱단의 폭력 사태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지난 일주일간에만 최소 1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구호 단체마저 철수 움직임을 보이면서 아이티 국민들의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1∼18일 일주일 동안 최소 150명의 사망자와 9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집을 잃고 떠돌게 된 실향민도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 대표는 최근 아이티 사망자가 급증한 것과 관련해 “갱단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활동 수위를 높였다”며 “수도에 남은 주민 400여만 명이 사실상 인질로 잡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아이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살인, 약탈, 성폭행, 납치, 방화 등의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전날 포르토프랭스 인근 한 주택가에서 불에 타고 있는 시신 최소 25구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비교적 안정적인 지역으로 꼽혔지만 갱단 간 충돌이 번지면서 아비규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티는 2017년 유엔 평화유지군이 철수한 이후 갱단이 나라를 장악해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후 과도정부가 세워지긴 했지만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와 빈곤 속에 국민 절반 이상은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후 갱단 준동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국제사회는 아이티 상황 악화에 지원을 끊는 분위기다. 아이티가 2021년부터 유엔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하고 있지만 회원국 간 이견으로 수년째 어떠한 지원책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구호 손길마저 끊기고 있다. 이날 국제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의료진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때까지 의료 시설 5곳에서의 의료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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