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평론가의 서재

달리기 선수 출신 작가 로런 플레시먼의 ‘여자치고 잘 뛰네’는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의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스포츠가 여자와 남자 모두의 몫임을 분명히 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여성에게 평등한 스포츠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는 ‘타이틀 나인’(Title Ⅸ) 연방법이 제정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규정에 한참 못 미치고,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도 “심각한 비율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가 발생하고 학대도 너무 흔하”게 발생한다. 여자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본성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문제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어려서부터 크로스컨트리팀 등에서 활동한 저자는, 14세 무렵부터 “여성 스포츠에는 다른 어떤 힘들이 작용하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그중 으뜸은 주변 시선이다. “엉덩이랑 가슴이 생겨서 끝났어요” “사춘기는 여자애들이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이에요” 같은 말들은 그야말로 비수였다. 어린 여자 선수들은 월경, 즉 “여성이라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치명적이고 위험한 전략인 식단 제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여자 장거리 선수들의 대부분은 코치에게 월경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코치는 대개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시스템이 문제다.

역경을 딛고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 들어서도 고난은 마찬가지다. 남자처럼 운동해야만 우수한 선수가 된다는, 잘못된 관념이 스포츠 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시스템 속에서만 살아가는 대개의 코치와 팬들은 그 이유는 정확히 분석하지 않고 선수들만 힐난한다. 선수도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한다. 남성 중심적 사고는 ‘올림픽’ 같은 세계적인 대회에 출전하고 메달을 쟁취해야만 스포츠 선수로서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곤 한다. 저자는 “대표팀 선발이 올림픽 선발전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기자에게 말한다. “아니요, 핵심이 무엇인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여성 소비자들을 스포츠의 세계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선수들에게 ‘남성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대형 스포츠 업체의 모순도 가감 없이 증언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 “나는 평생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달리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고백한다. 세상은 여자들을 스포츠 밖으로 내몰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을 위해 뛰는 여자들은 많다는 사실을 ‘여자치고 잘 뛰네’는 여실히 보여준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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