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 직후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말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뉴시스
2024 미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 직후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말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뉴시스


■ 트럼프 청구서
박형주 지음│어티피컬

8년간 백악관 출입해온 저자
한미·북미·미중관계 흐름 분석
존 볼턴 등 핵심인사 얘기 담아

“방위비·관세 폭탄 청구서 예고
김정은과 일대일 협상 나서고
韓 자체 핵무장은 용인 안할것”


2024년 11월 6일 이후 전 세계인의 질문이 달라졌다. 정말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한 번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사라졌다. 대신 ‘트럼프 2기’는 1기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하는 걱정과 기대가 뒤엉켜 자라나고 있다. 트럼프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예측들이 난무한다. 이 중 2016년 트럼프 당선부터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2023년에 이르기까지 워싱턴 백악관을 출입하는 기자로, 한반도의 외교·안보 문제를 가까이서 취재해 온 저자의 분석이 단연 예리하게 빛난다.

저자가 진단한 트럼프 2기의 핵심 키워드는 ‘버든 셰어링(burden sharing·부담 분담)’과 ‘중국’이다. 책은 총 3부로 세 개의 판을 분석하는데 각각 한국과 미국, 미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룬다. 먼저 한국 독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한·미 관계에 대한 분석부터 명쾌한 통찰을 내보인다. 지난 2020년 미 대선에서 바이든 당시 후보자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복음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했음에도 당선 이후 그가 추진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 상품 구매)’ 정책들은 트럼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맹국들에 대한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규제를 큰 폭으로 강화했던 정책은 오히려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률 상승과 궤를 같이했다고 지적한다. 이로써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군사적, 경제적 동맹을 망라하며 미국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생겼음을 보여준다.

한국엔 또 하나 중요한 질문이 있다. 다시 한 번 ‘리틀 로켓맨’ 김정은을 만날 생각이 있냐는 것. 저자는 8년 집권 동안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를 얻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은 정치인 트럼프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는다. 또한 3년 차에 접어들며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라도 김정은과 테이블에 마주 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다만 테이블에 올려질 미국과 북한의 협상안은 2019년 ‘하노이 노딜’ 때보다 더욱 무거워질 것이리라 예측한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강하게 내세우며 최종적 협상 목표를 북핵의 현실적 통제로 잡을 것이고 북한은 파키스탄과 같은 비공식 핵보유국 지위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일각에서 요구할 자체 핵무장 요구에 대해 저자는 미국이 50년간 지켜온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위반해 한국에 특혜를 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한다.

오히려 책은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관계의 중요성이 이전만큼 심대하지 않고 더불어 한국이 개입할 여지도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에 가장 심대한 위협이란 중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중 관계 사이에 놓인 하나의 핀에 불과하다면,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위해 북한을 상대할 때 한국의 역할은 매우 사소하거나 아주 사라지게 된다. 저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의 경제를 살리고 중산층을 키워 집권을 이어가고자 했던 정책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트럼프표 대중국 정책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지어 트럼프 2기에는 쇠락한 ‘러스트벨트’(rustbelt·미국 북동부 공업지대)를 상징하는 ‘힐빌리 소년’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까지 합세하니 미·중 갈등의 심화는 결정된 미래나 다름없는 셈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제정치 역학 속에서 이 책이 열거하는 예측은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300쪽이 채 되지 않는 두께로 이를 풀어내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백악관 출입기자로서, 저자의 모든 분석이 비중 있는 취재원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근거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를 보여주듯 책의 마지막에는 트럼프 1기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부터 ‘슈퍼 매파’ 존 볼턴과 중국통 핵안보 전문가 자오퉁에 이르기까지 워싱턴 최고의 싱크탱크 5인과 나눈 인터뷰가 상세히 실려 있다.

결국 저자의 분석은 한국의 모든 정책 결정자들에게 단 한 가지를 요구한다. 워싱턴이 세계의 판을 짜는 곳이라면 한국은 그 판 위에 언제나 ‘묘수’만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284쪽, 1만9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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