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병무청장

1973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태생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는 관찰의 대가였다. 그는 꽃을 발견한 꿀벌이 벌집으로 돌아와 추는 춤을 통해 꿀벌의 언어와 문법을 판독해내어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상식을 깨뜨렸다. 누군가 이 위대한 발견의 비결을 묻자, 그는 “바위틈에서 몇 시간을 꼼짝 않고 관찰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현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은 혁신적인 발견으로 이어진 것이다.

프리슈의 이 말은 세심한 관찰을 통해, 국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의 편익을 최대한 고려해야 하는 병무청 공직자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이렇듯 불편했던 기존 시스템을 편리하게 개선한 병무청의 대표적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모집병 지원 시 복잡하고 불편했던 서류 제출 방식에 큰 변화를 주었다. 과거에는 팩스와 우편 등 오프라인으로 번거롭게 제출하던 증빙 서류들을 지원자가 누리집(인터넷 홈페이지 ; www.mma.go.kr)에서 직접 업로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부터는 모집병 지원 때 서류를 한 번만 제출하도록 간소화했다. 그동안에는 모집병에 재차 지원할 경우 학력증명서 등 내용 변동이 없는 서류까지도 다시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병무청은 지난 10월 지원자부터 처음 제출했던 서류를 반복해서 제출하지 않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현재까지 모두 2625건을 재활용해 청년들의 시간적·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리고 지난 2022년부터는 국기원과 한국토익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 협업해 제출 서류와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민원인의 편익을 향상시켰다. 즉, 무도(武道) 단증과 어학 성적 입증 자료를 지원자가 제출하지 않고 연계된 전산망으로 병무청에서 매년 약 1만5000건을 직접 확인,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 모집병 지원 자격과 관련해 청년들의 부담과 불편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이전에는 관련 학과 전공자나 자격증이 있어야만 지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각 군과 협의해 육군은 조리병 등 9개 특기, 해군은 전기·전자, 공군은 기계 등 총 12개 분야에 대해 전공 또는 자격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춰 누구나 관심 있는 분야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조리병과는 최근 요리에 관심 있는 청년이 늘어남에 따라 제도 개선 후 관련 자격이 없는 청년 약 3000명이 지원하는 등 지원율이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조리병으로 군 복무를 한 경험을 통해 관련 전공이나 자격증이 없던 청년들도 자기 계발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또 하나, 해병대 지원자의 평가 방식도 지원자 편익을 최대한 고려해서 변경했다. 과거에는 지원자가 지방병무청을 직접 방문해서 대면면접을 하던 것을 화상면접으로 전환했다. 또한, 지방병무청에서 실시하던 체력평가도 전국 75개 지역에 설치된 ‘국민체력 100 인증센터’에서 받게 함으로써 지원자들이 원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했다.

사람은 통상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게 마련이다. 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관행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발견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소개한 병역제도의 개선 사례들 또한 이러한 관행을 탈피하고 병역 이행 전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우리 청년들이 병역 이행에 자부심을 가지고 병역의 신성한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관찰의 자세를 견지해 나갈 것이다.

김종철 병무청장
김종철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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