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수동의 낡은 건물에서 사진작가 조선희를 비롯해 디자이너, 건축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13명이 ‘집’에 대한 각자의 시각을 풀어놓았다. 리모델링을 앞둔 성동구 동일로 79의 오래된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집(지PPP)’은 조선희 작가, 조병규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각자 집에 대해 연상하고 해석한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제목에 들어간 ‘PPP’는 Place(장소), People(사람), Play(놀이)를 뜻한다.


건축가 조병규는 이 공간에서 받은 인상으로 시를 썼고, 한 방을 그 원고로 도배했다. 설치 미술가 김마저는 곤충의 머리, 가슴, 배를 형상화한 책장을 만들었으며, 건축과 조경을 하는 유승종은 집 속 정원을 만들었다. 이 정원에서는 레버를 돌리면 해가 뜬 풍경과 비 내리는 풍경을 연출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이밖에 강숙, 조한재, 아누타, 모승민, 이승호, 허병욱, 최민욱, 박예지, 안형준 등이 경험하고 상상하고 해석한 ‘집’을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구현해냈다.

이번 전시를 기획·총괄한 조선희 작가는 “낡고 보잘것없는 공간도 좋은 기억을 공유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조 작가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내게 집은 14살에 잃은 아빠다. 장사 하는 어머니 덕분에 5남매가 이 집 저 집 얹혀 살아와서 그런지 내 사진 속에 소박한 상점이 달린 집들이 쌓이기 시작했다”며 “어느 날 나는 그것이 나의 노스탤지어(향수)라는 걸 깨달았고,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집들을 하나씩 지었다”고 설명했다.
전시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3시부터는 전시장에서 참여 작가들과 관객이 함께 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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