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해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내수 회복이 지지부진한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수출마저 둔화하는 상황에서 추경은 고육책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국회가 이제 677조 원 규모의 내년 본예산안 심의에 착수한 상황이다. 10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150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던 문재인 정부도 본예산을 통과시킨 뒤, 이듬해 2∼3월에야 추경 카드를 꺼냈다. 대통령실은 “시기는 미정”이라고 하지만, 본예산 심의 중 돌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1월 추경’도 불사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임기 후반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의 추경 발상은 민간 주도와 감세 중심의 정책 기조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전재정 약속은 물 건너가고 ‘재정적자 비율 3% 이하’의 재정준칙 황금률도 무너져 버린다. 지난 2년간 86조 원의 세수가 펑크 난 만큼 막대한 적자 국채 발행도 불가피하다. 아무리 민생을 위한 추경이라 해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국민을 시간을 두고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 줄곧 확대 재정을 요구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차라리 지금 심의 중인 본예산에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등 추경을 반영하자”고 역제안하면 대응 논리가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규제 완화와 생산성 제고로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여당도 추경에 앞서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저성장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부터 손질하고, 소송 남발을 부를 상법 개정도 중단시켜 기업 활력을 북돋우도록 해야 한다. 힘들어도 편법보다 개혁에 매진하는 게 국정 운영의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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